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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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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나오는 1주택 종부세 폐지론···곳간 걱정하더니 또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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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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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언급한 뒤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한 목소리로 종부세 완화를 피력했던 민주당이 ‘부동산 감세’에 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이미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부담 완화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다, 부동산 경기 하락과 윤석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 하향 조정으로 세 부담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은 과세 기반을 흔들고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1주택 종부세 폐지는 이른바 강남의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자극해 부동산 시장 불안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현 정부의 역대급 세수 펑크를 비판해온 야당이 돌연 감세안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 정부 들어 1주택자 종부세액 65% 감소


현재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원 이상 주택(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공시가격 18억이상) 보유 시 종부세를 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을 통해 공시가격을 낮추고 기본공제 금액을 올리는 등 종부세 완화 조치가 이뤄지면서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7년 3만6000명에서 2022년 23만5000명까지 올랐던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 수는 지난해 11만1000명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지난해 종부세로 거둔 세금은 905억원으로 전년(2562억원)보다 65% 가까이 감소했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 기준, 시세 25억~27억)를 공동으로 소유한 1주택자 부부는 2022년 종부세로 226만원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종부세가 면제됐다. 세율인하와 아파트 공시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종부세는 전년보다 2조2000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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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 종부세 과세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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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인 감세 정책으로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가 이뤄진다면 올해 세수 결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56조원의 세수 펑크가 난 가운데, 올 1분기 국세 수입(84조9000억원)은 법인세 수입 부진 여파로 지난해보다 2조2000억원 감소했다.

도입 취지 훼손 및 과세 형평성 논란 우려


종부세 도입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에 비례해 과세하는 것을 원칙으로 도입한 세제로, 주택 수로 과세 여부를 정하는 것은 납세 능력에 따른 부담 및 공평 과세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비수도권에 2억~3억원 규모의 빌라를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종부세를 물리면서 서울 강남에 수 십억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에겐 세금을 받지 않는다면 형평성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1주택자 종부세를 없앨 경우 강남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몰려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이참에 종부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경제금융부동산학)는 “이미 현행 종부세안에는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낮추는 완화 장치가 다 마련돼 있다”며 “지금이야 1주택자 종부세를 폐지해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어 큰 변화가 없겠지만, 앞으로 금리가 내려가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강남 지역 부동산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도하게 높은 부동산 세 부담을 바로잡겠다며 종부세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2022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낸 보고서 ‘국제사회의 부동산 보유세 논의 방향과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을 보면 보유세 실효세율(민간 부동산자산 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액)은 0.17%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국 평균인 0.30%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당시 대외연은 부동산 보유세를 올려야 주택가격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는 종부세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어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볼만한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고가 주택에까지 종부세를 면제한다면 종부세 도입 취지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일괄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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