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초청 행사 중 발언하고 있다. 2024.05.14. [워싱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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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對)중국 관세 인상에 전세계 동맹의 참여를 이끌어내겠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4일(현지 시간) 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전기차, 배터리, 범용 반도체, 의료기기,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관세 인상에 대한 동맹국과의 공동 행동도 예고했다. 이 당국자는 “일부 국가에서 14일 발표하는 내용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며 몇몇 동맹이 대중 관세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3일 보도했다. 이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핵심 경합주이자 제조업 기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표심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이번 조치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등에 피해를 입힌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 中에 관세 폭탄, 미중 관세전쟁 서막?
이번 관세 인상의 대상은 최첨단 정보기술(IT), 미 제조업 부활을 위한 기간 산업에 관련된 품폭이 대부분이다. ‘좁은 마당, 높은 장벽(small yard, high fence)’을 기조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수출 통제를 넘어 대폭 관세 인상으로 정책을 선회해 미중 패권 경쟁의 전선(戰線)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조치를 처음 취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반도체를 키우자 현 25%인 관세를 50%로 올려 맞설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악관은 “범용 반도체 부문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 미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목했다.
각각 25%였던 태양전지와 전기차 관세는 50%, 100%로 올리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 관세는 7.5%에서 25%로 올린다. 또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항만 크레인 관세는 기존 7.5%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유예됐던 마스크 등 의료기기에 대한 고율 관세도 부활시키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 세계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 분야에 대한 동맹 규합을 통한 대중국 견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백악관 “동맹들의 조치 뒤따를 것”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전임(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전략적 분야에 한정한 강력한 접근법”이라고 주장했다. 연간 3700억 달러에 이르는 9500개 중국산 품목에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미중 교역 규모는 4% 수준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더라도 미국 내 물가 인상 등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우리는 전임 행정부처럼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기보다는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격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의 중대한 대응이 없기를 희망하나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중국의 무역 보복을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전기차와 반도체 등 중국 기업들과 경합하는 국내 수출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심화되면 한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중국산 제품이 미국의 산업 발전에 장애물이 된다는 판단 하에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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