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은행별 대표사례 공개
기본배상비율 하나·신한 20% 산정
‘적합성 위반’ 국민·농협·SC는 30%
가입기관·방법 따라 3~10%P 가중
투자 경험 등 따져 최대 45%P 가감
일부 투자자 반발… 6월 집단訴 추진
은행선 “자율 배상안 판단 기준 기대”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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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T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이지만 통장 겉면에는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까지 기재됐다. A씨는 계약서 서명란에 서명 대신 ‘서명하세요’라고 적었는데, 은행은 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13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어 국민·신한·농협·하나·SC제일 등 5개 판매 은행과 고객 간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ELT, 주가연계펀드(ELF) 불완전 판매 분쟁 사안 중 대표 사례에 대해 투자 손실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분조위는 농협은행이 A씨의 홍콩H지수 하락에 따른 ELT 손실액 65%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은행 측이 적합성 원칙(투자자의 상황, 특성에 맞는 투자 권유), 설명의무 및 부당권유 금지를 모두 위반해 손해액의 40%가 기본배상비율로 인정됐고, 금융취약계층(만 65세 이상) 상대 판매와 모니터링콜 부실 등 투자자별 요인 25%포인트가 가산된 결과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기초 ELS, ELT, ELF로 발생한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5개 판매 은행별 분쟁조정 결과를 공개했는데, 이들 은행과 고객 간 자율배상 협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도우려는 취지다. 다만 몇몇 투자자는 100% 배상을 고집하고 있어 법정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 3월 홍콩H지수 분쟁조정 기준을 발표했는데 분조위는 이에 따라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먼저 2021년 1월1일∼3월24일 판매된 ELS 상품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설명의무만 위반했다고 보고 20%의 기본배상비율을 적용했다. 단 농협은행은 법인 고객 대상으로 적합성 원칙까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 30%로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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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25일 이후 판매된 ELS 상품에선 신한·하나은행은 적합성 원칙을 지켜 기본배상비율이 20%로 산정됐지만, 국민·농협·SC제일은행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모두 위반해 30%로 높아졌다.
기본배상비율에 더해 판매 금융사가 증권인지 은행인지, 가입 방법이 대면인지 비대면인지에 따라 배상비율이 3~10%포인트 가중된다. 더불어 손실 고객이 본래 예·적금 가입 목적이었는지, 금융취약계층인지 등에 따라 최대 45%포인트 가산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ELS 투자 경험, 수익 규모 등에 따라 역시 45%포인트까지 차감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타 조정을 통해 최대 10%포인트 가감 후 최종 배상비율이 결정된다.
금감원이 발표한 다른 대표 사례를 보면 2021년 2월 국민은행에 암보험 진단비를 정기예금으로 예치하러 왔다가 ELT에 가입한 40대 고객은 기본배상비율 30%에 예·적금 가입 목적(10%포인트), ELS 최초 투자(5%포인트) 등 30%포인트가 가산돼 최종 60%로 결정됐다. 분쟁 조정은 당사자가 20일 내 수락하면 성립한다.
분조위 결정에도 손실액 100% 배상을 주장하는 이들은 다음달 중 판매 은행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길성주 홍콩H지수 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은 “피해자 600여명이 모여 증거를 취합하고 있다”며 “현재 법무법인을 선임했고 준비 절차를 거치면 내달 중 소송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과 자율 협상을 진행 중인 은행은 대표 사례 발표를 반기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들의 자율 배상안을 받더라도 금감원의 배상안보다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기준이 없었는데, 이번 분쟁조정 결정으로 자신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승진·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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