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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왕이 “미, 중국경제 미친 듯 탄압”…‘관세폭탄’에 무역 전면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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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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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크게 끌어올린 미국 정부 계획에 대해 반발 강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중국은 이미 자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대방에게 맞대응할 수 있도록 관세법을 개정한 터라 미-중 간 관세를 둘러싼 충돌은 더욱 격화될 공산이 크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15일 ‘중국-파키스탄 전략 대화’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동안 미국은 중국에 자주 일방적 제재를 가하면서 (미국 무역법) 301조를 남용했는데 (이는) 중국의 정상적 경제·무역·과학·기술 활동을 미친 듯이 탄압하는 것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조처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전형적인 횡포이자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며 “미국의 일부 인사는 자국의 단극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이미 이성을 잃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 직후 나온 기존 입장보다 한층 발언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줄곧 반대해왔다. 우리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을 부른 미국의 조처는 미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전기차,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중국산 상품을 겨냥해 관세를 크게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다.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 업체들이 손해를 봤을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보복 조처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미 정부는 이 조항에 근거해 중국 전기차 관세를 25%에서 100%로 끌어올리고,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7.5%→25%), 반도체(25%→50%)도 관세를 큰 폭 인상할 계획이다. 태양광 전지도 관세 인상 주요 품목이다. 사실상 중국산 주요 품목이 미국 시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할 정도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다.



중국의 다음 발걸음은 관세 보복일 공산이 높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중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때 상대 국가 상품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세법(17조)을 개정했다. 이 개정 내용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된다. 미국의 관세 공격에 맞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중국이 일찌감치 마련해둔 셈이다.



물론 중국이 관세 외에도 다른 형태로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 미·중은 상품-서비스 전 영역에 걸쳐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터라 그런 연결 고리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상대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 예로 중국은 보유한 미 국채를 집중적으로 팔아도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앞서 중국은 2018년 당시 미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일부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세계무역기구 제소는 물론 보복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다.



미-중 통상 마찰은 단기간에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증폭될 여지가 크다. 박복영 경희대 교수(경제학)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자국 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관세 인상은 중국의 첨단 산업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초기 때 조처는 코로나19 당시 물품 품귀를 경험하며 공급망을 안정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데 무게가 실렸다면 현재는 첨단 산업 분야의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의 경제 안보적 관점 속에서 조처가 단행되고 중국도 여기에 맞불을 놓는 양상으로 변화했다는 뜻이다. 미-중 갈등의 성격이 변화하며 그 깊이도 더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전기차 등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중국산 광물을 원재료로 쓰는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 산업은 원재료 공급선을 조정해야 할 부담이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무역 질서 변화의 의미와 이에 따른 종합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국 제조업 보호 및 육성 기조 자체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여지가 크다”고 했다. 박복영 교수는 “통상적인 한-미 외교 전략을 넘어 새로운 무역 환경에 맞는 통상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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