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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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31일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과 별도로 밤에 공개한 명씨의 대화 녹음 파일 2건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소통을 이어갔으며, 윤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공천 등에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다.
명씨가 지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각각 대화한 것인데, 둘 다 시점은 2022년 6월 중순이다. 경선 이후 윤 대통령이 명씨와 관계를 끊었다는 대통령실 해명과 다른 정황이 계속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공개한 파일에서 명씨는 6월15일 지인과 대화하면서,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 때 서울 서초갑에 출마해 당선된 조은희 의원이 자신에게 고마워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까 조은희 전화 왔더라”라며 “(조 의원이 나더러) ‘김진태(강원도지사), 박완수(경남도지사), 진짜 생각하신 대로 두 사람 다 앉히고, 저 조은희도 만들어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제 우리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십니다’ 이러데”라고 지인에게 얘기한다.
이어 “(조 의원에게) 대통령 내외분께서 해주신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조 의원의 공천 과정에서 자신이 ‘거간꾼’ 노릇을 했고, 윤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얘기로 보인다.
명씨는 이 대화에서 “어제 딱 한마디 했어. 김건희가.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고도 했다)”라며 김건희 여사가 김 전 의원과 박완수 경남지사 공천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했다.
또 “윤석열이 ‘장님무사’인데, 윤석열이를 내가 처음 만났으면 윤석열이 나를 못 알아봤다. 김건희를(가) 나를 만났기 때문에, 김건희 때문에 윤석열이가 그렇게 된 거”라며 “김건희가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있는 거”라고 했다. 김 여사가 자신을 알아본 덕분에 윤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뜻이거나, 자신을 알아본 김 여사가 닦달해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원 등의 공천을 해결해줬다는 뜻일 수 있다.
민주당이 공개한 또 다른 녹음에서 명씨는 김 전 의원과 통화하면서 크게 화를 낸다. 그는 “청와대(대통령실)에서 지역 조사하는 거, 에이알에스(ARS) 돌리는 거 그거 받아야 한다”거나 “내가 대통령한테 ‘당신은 정권교체에 의해서 (당선돼) 여론(의 지지도)이 적으니까 그냥 이해하라’고 이럴까요”라며 김 전 의원에게 여론조사와 관련된 언급을 한다.
당시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달여가 지난 시점으로, 이때부터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빠지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이 6월1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9%로 직전 조사(53%)보다 4%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5%포인트 늘어난 38%로 집계됐다.
6월16일 나온 전국지표조사에서도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54%)보다 4%포인트 낮은 49%였고, 부정평가는 5%포인트 오른 32%였다. 인사 논란과 독단적이라는 평가 등이 이유였다.
이 통화에서 명씨는 김 전 의원에게 “하지 마라니깐요. 대통령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는데 왜 그래요? 본인이 대통령입니까? 내가 지시받았댔잖아. 오더 내려왔다 했잖아”라고도 말한다. 이 ‘오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다만 대통령실의 여론조사와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 진입 등을 고려하면, 두 사람이 여론과 관련한 일을 도모하려 했으나 의견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여론조사 쪽으로 사업을 추진했는데, (윤 대통령 쪽과) 김 전 의원 간 이견이 있어 (명씨가) 하지 말라고 말리는 내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씨는 당시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자 “오늘 전화해서 윤석열이 뭐라 카는지 압니까, 나한테? 시키면 왜 시키는 대로 안 합니까 자꾸”라고 말하는가 하면, “김건희가 권력을 쥐고 있잖아요. 권력 쥔 사람이 오더를 내리는데 본인이 왜 잡소리 합니까”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특히 그는 “(김 여사로부터) 두번이나 전화 왔어요! 두번이나! 정리해 달라고.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 할 거 아닙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라며, 김 여사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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