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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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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경선 '이변'…우원식은 어떻게 '대세 추미애'를 꺾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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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친명 교통정리설, 민주당 내 역풍 부른 듯

②바탕에 깔린 '비토론'은 추미애 발목 잡아

③우원식의 뚜벅이 우세, 당선인 표심 흔들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당선인이 무난하게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승자는 우원식 의원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국회의장 선거까지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 논란이 거론된 것에 대한 반발 심리라는 해석부터 추 당선인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해석, 의원회관과 전국을 다니며 유권자(당선인)를 만난 우 의원의 선거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 등이 나온다.

16일 국회에서 치러진 국회의장 선거에서 표 집계가 끝난 뒤 진선미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은 "기호 4번 우 의원이 재적의원 과반수를 득표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선관위 결정으로 득표수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부의장 후보로는 4선이 되는 이학영 의원이 선출됐다.

1. 친명 교통정리설 역풍 부른 듯

당초 정치권에서는 추 당선인의 승리를 점치는 목소리가 다수였다. 추 당선인은 다음 국회에서 6선으로 최다선이 되는 데다, 6선 가운데서도 나이가 많아 관례상 국회의장에 가장 가까웠다. 민주당 내 당원 등의 지지세도 큰 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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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후보(가운데)와 국회부의장 후보로 선출된 이학영 후보(오른쪽)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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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회의장 경선과 관련해 과열 분위기가 흘러나오는 와중에 ‘교통정리’ 논란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2일 친명계 좌장으로 불렸던 정성호 의원이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 직후 유력 주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조정식 의원은 추 당선인과 오찬을 한 뒤 추 당선인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언론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이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지도부 차원의 ‘교통정리’설을 기정사실로 했다.

이미 민주당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19년 만에 단독 후보로 나서서 사실상 추대됐다. 당초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고 다수의 3선 이상 후보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박 원내대표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경선에 나서지 않으면서,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국회의장 경선마저 유력후보 2명이 사퇴하면서 우 의원과 추 당선인만 남음에 따라 ‘교통정리설’에 반발하는 이들은 우 의원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겨냥하며 "거의 황제를 모시고 있는 당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 교통정리설과 관련해 "민주당은 상향식 공천, 당내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판단에 맡겨서 후보를 결정했는데, 구도를 정리하는 일을 대표나 어느 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더욱이 선거가 익명으로 표결로 처리됨에 따라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등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이변을 가능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내 중립 성향의 의원들이 소신 투표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2. 바탕에 깔린 추미애 비토론, 발목 잡았나

추 당선인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전투력 등을 인정받아 추다르크라고 불렸던 추 당선인의 경우 당 최대 의원 모임으로 격상한 ‘더민주혁신회의’와 당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 등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이 같은 강성 이미지는 오히려 추 당선인에 거부감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추 당선인이 윤석열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라는 비판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지적했는데 당시 있었던 일로 인해 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이른바 친문 의원 등의 반발을 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 사무총장은 "(추 당선인은 이 일로) 친문하고는 다 원수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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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후보에 출마한 추미애, 우원식 후보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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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추 당선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거나, 이명박 정부 시절 노동관계법 처리 과정에서 자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고 법안을 처리하는 등 독선적인 행보를 보였던 것도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을 맡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성 이미지의 추 당선인이 편파적인 국회 운영에 나설 경우 여론의 반발을 사서 '야당 심판론'이 다시금 불어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 기류 대문에 추 당선인에 우려가 제기됐는데, 이번에 표심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3. 원내대표 출신 우원식의 뚜벅이 유세

선거 방식의 차이도 크게 좌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을 대상으로 선거를 치르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경험을 가진 우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과 같은 방식으로 선출되는 이번 선거에서 의원 개개인을 만나 설득하는, 원내대표식 선거운동을 벌였다. 스스로 ‘여의도 뚜벅이’라고 소개한 그는 민주당 다수 당선인이 머무는 충청권과 수도권, 호남 등을 찾아다니며 당선인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방식으로 선거전을 치렀다. 우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역시 지역으로 찾아가서 만나 뵈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진심도 전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도 유권자인 당선인들의 방을 가가호호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더욱이 기본사회위원회, 을지로위원회 등을 통해 다층적으로 현역 의원들과 관계를 맺어왔던 점도 강점이다. 추 당선인이 우세하다는 분석에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우 당선인이 자신감을 드러냈던 것은 이런 ‘대면 유세’를 통해 밑바닥 표심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당 대표자를 지낸 추 당선인은 후보자 간 단일화라든지, 2만1054명의 당원이 추 당선인의 국회의장 추대를 촉구하는 등 고공전이나, 여론전으로 선거에 임했다. 이런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당대회'식 선거전은 실제 유권자인 국회의원 당선자를 상대로 하는 선거전에 비해 위력이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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