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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술의 세계

현대미술작가 콜린진, 2만여개 레고블록으로 표현한 대작 ‘종묘제례’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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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블록으로 작업해온 현대미술작가 콜린진(본명 소진호)이 2만여개의 레고블록 조각들을 엮어 조선 국왕이 왕실사당 종묘에서 제사하던 광경을 재현했다.

콜린진은 문화재청과 협업한 대형 신작 ‘레고 오향 친제반차도’(五享親祭班次圖)를 서울 종묘 향대청 안 ‘지오’ 전시장에서 17일부터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오향 친제반차도는 국왕이 종묘에 나가 제사의식을 치를 때 전체 참석자들의 자리 배치를 그린 대형 의식용 그림이다. 현존하는 궁중기록화 중에서 종묘제례악의 현장을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종묘친제규제도설 병풍’ 중 한폭에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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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블록으로 만든 ’오향 친제반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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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진은 각양각색의 크기와 모양을 한 레고 조각을 엮어서 왕과 왕세자, 제관, 제례악을 울리는 악대 연주자와 의례춤을 추는 무용수, 제례를 참관하는 문무관 신하 등 참석자 209명의 모습과 악기 26종의 모양새를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그는 ”레고블록으로 표현한 오향 친제반차도 사전 준비부터 자료 조사와 작품을 구상해 완성되기까지 무려 4개월이 걸렸고, 사용된 블록은 2만2000개가 넘는다“며 ”블록 아티스트들의 대원칙인 블록을 자르거나 색칠하여 저만의 창작 블록을 만들지도 않았다. 기존의 블록 그대로 하나하나 모아 형태를 구상하고 조화로운 색을 구성해 국왕, 왕세자, 제관, 배향관, 일무, 악대, 악기를 만들어 오향 친제반차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종묘제례악에 참여하는 인원은 209명. 콜린진은 이와 관련해 “실제로 오향 친제반차도에는 국왕과 왕세자의 자리만 표시되어 있어 그림으로 조차도 표현하지 않을 만큼 그 존재가 존귀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국왕과 왕세자를 블록으로 재현해 인물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제사에 참여하는 인물들의 역할이 다르고 계급도 다른 만큼 복식의 색상으로 구분했다”고 말했다.

국왕 1명과 왕세자 1명은 곤색, 제관 32명은 검정, 배향관 56명은 빨강, 배향관 5품이하 악대 47명은 빨강, 집박전악은 녹색, 일무 72명은 파랑으로 했다. 주목할 부분은 배향관 중 종친과 4품이상 문무관의 패옥 색상을 다르게 했다. 종친의 패옥은 하늘색이고 4품 이상의 문무관의 패옥은 진녹색으로 구분했다. 5품 이하 문무관의 상복은 진녹색과 민트색 그리고 터키석 파랑 3가지 색으로 채도를 조화롭게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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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재개관한 서울 종묘 향대청에서 콜린 진 작가가 직접 작업한 '레고 오향 친제반차도'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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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진은 “종묘에서의 제례는 우리의 역사 중에서 최고의 가치를 자랑한다. 그 이유는 ‘제례악’이 있기 때문”이라며 “블록으로 만드는 악기라도 최대한 실제 악기 모습과 의미를 담으려 노력했다. 블록 모양과 색에 한계는 있지만 요소마다 재미를 통해 관람객에게 미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악기에서 ‘훈’에는 초코아이스크림 블록을, ‘장고 채’는 해리포터 요술봉, ‘아쟁, 거문고, 가야금’의 현악기 염미는 크루아상 블록으로 ‘거문고 술대’는 안테나로 쓰이는 블록을 사용했다. ‘징(대금) 채’는 스타워즈 광선검, ‘대금, 당적, 지, 당피리, 퉁소’ 5가지 관악기는 각기 다른 색상과 길이의 막대 블록을 썼다.

그는 전시를 통해 “우리의 전통 악기들이 얼마나 우주적으로 멋지고 그 의미마다 하늘과 땅 그리고 동서남북의 방위까지 모두 담고 있음에 놀랐다. 땅의 사람들이 하늘로 보내는 편지와 같은 종묘제례악으로 만백성에게 복이 깃들고 배곯지 않기를 바라는 선조들의 사랑을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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