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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문재인 “김정은, 딸 세대까지 핵을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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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표현을 누누이 썼어요.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 우리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뭣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자기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세계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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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2주년을 맞아 낸 첫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외교안보편’(김영사)에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답답한 심정을 거듭 토로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내게 보여준 김 위원장의 모습은 우선은 매우 솔직했다”며 “그들의 고충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때 미국과 회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미국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무런 경험이 없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18일 출간하는 회고록에서 재임 기간인 2017년 5월∼2022년 5월 5년간 주요 외교안보 순간들을 복기했다. 당시 급박했던 국제 정세와 내부 사정, 비로소 공개하는 소회와 후일담을 담았다.

17일 김영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세계가 주목한 도보다리 산책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공개한다. 또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2차 번개 판문점회담을 통해 결렬될 뻔했던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회담을 결정적으로 다시 이어붙인 내막, 이어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15만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한 연설, 김 위원장의 서울과 제주도 답방 논의, 백두산 등정에 숨은 이야기 등을 최초로 소개한다.

아울러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회담의 ‘노딜’ 이후 같은 해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VIP 라운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즉흥적인 회동 제안부터 다음 날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하기까지 급박하게 전개된 막전막후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좋은 케미’를 유지했던 경험도 공개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가 정말 잘 맞는다. 최상의 케미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였다”며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게는 동맹외교의 파트너로서 아주 잘 맞는 편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무례하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그가 솔직해서 좋았다”며 “웃는 얼굴을 하지만 행동은 달라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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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당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서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해서 오랫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협상 중단을 지시하기까지 했다”며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나 양국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 정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하다는 여론이 생길 정도였다”며 “동맹 간에도 국익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국익을 우선에 두고 당당하게 임하면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남·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성과가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된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독일 메르켈 총리도 나한테 ‘어휴! 트럼프, 김정은 그 두 터프가이를 어떻게 서로 마주 앉혔어요? 비법이 뭡니까?’라고 묻기도 했다”며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세계에서 찬탄을 받던 시기에 내가 외교무대에 나가면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트럼프와 김정은 두 터프가이를 설득해서 서로 대화하게 했느냐. 특히…유럽 쪽 정상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 쪽은 요지부동이었다”며 “만나는 순간에는 좋은 얼굴로 부드러운 말을 하지만 돌아서면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이 폐기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신남방정책이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고 성과도 컸다”며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외교 브랜드가 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현 정부가 폐기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며 “국가 간 신뢰의 면에서 생각하더라도 그래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것을 예로 들며 국제기구에서 투표할 때 든든한 지지세력이 중요하다며 현 정부의 신의 없는 외교정책을 꼬집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외교안보 정책을 돌아보며 다시금 대화와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9·19 남북군사합의가 폐기되어 한반도에 군사적 안전핀이 사라졌습니다. 평화가 정말 위태로워 졌습니다.…또다시 대화로 국면을 전환해내야 합니다. 적대적이고 신뢰가 부족한 관계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한반도에서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평화가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오직 평화, 평화에 대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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