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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미슐랭 ★★★ 셰프도 반했다, K-사찰음식에 열광하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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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조계종 'K-템플 푸드'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한국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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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요리사 에릭 리퍼트(59)가 한국의 사찰 음식을 배우겠다며 18일 방한했다. 프랑스 태생인 리퍼트는 미국 뉴욕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뎅’을 운영하고 있다. 리퍼트는 이날 서울 은평구 진관사를 찾아 사찰 음식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19일 전남 장성 백양사에서 사찰 음식 명장 정관스님과 만날 예정이다. 정관스님은 지난 2015년 리퍼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아벡 에릭’에 출연하며 리퍼트와 인연을 맺었다. 2017년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해 사찰음식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리퍼트 방한은 한국 사찰음식이 서구에서 부상하는 추세를 반영한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최근 한국의 각종 문화가 미국·유럽·남미·동남아·중동 등에서 선풍적 주목을 받으면서 이른바 ‘K-채식’의 대표 주자로 알려진 사찰 음식도 서구 미식계에서 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템플스테이를 찾는 외국인 방문객도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금선사는 ‘외국인 전문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돼 있다. 금선사에선 스님과 사찰 관계자들이 유창한 외국어로 외국인들을 맞이하며 사찰 음식을 소개한다. 지난 9일엔 템플스테이 방문객 20명 전원이 외국인이었다고 한다. 조계종 관계자는 “외국인들 중에서는 대부분 20대와 30대가 템플스테이에 참여한다”며 “그 중에서도 20대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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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조계종 'K-템플 푸드'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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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식사하기 전 외우는 ‘오관게‘를 읽고 수업을 시작합시다.”

지난 4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 21명이 한국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부관장인 성화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날은 사찰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K-템플 푸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화채에 들어갈 경단을 만들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성화스님이 다가가 “이렇게 반죽을 굴리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하자, 통역사를 끼고 대화를 나눈 외국인들은 “정말 그렇다”고 말하며 웃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채식 문화를 배우겠다며 모여든다. 지난 1~4월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진행하는 사찰음식 만들기 프로그램을 수강한 외국인은 29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늘었다.

지난 4일 열린 ‘K-템플 푸드’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평소 채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여행 차 한국을 찾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벨기에에서 여행을 왔다는 파티마 잘랄리(57)씨는 “평소 채식을 하고 있는데, 불교에서는 어떻게 채소로 고기를 대체하는지 궁금했다”며 “휴가로 한국에 와 있는 동안 배워보고자 이곳을 찾게 됐다”고 했다.

8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는 독일인 릴리안 카르(28)씨는 “평소 채식을 하는데 한국에는 비건 식당이 많이 없어 사찰 음식을 배워 직접 해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전에 독일에서 여행 온 채식주의자 친구들과 함께 참여한 적도 있는데 친구들이 한국엔 사찰이 많아 자연스럽게 채식을 할 수 있다며 좋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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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조계종 'K-템플 푸드'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한국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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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온 율리아네 펜더(38)씨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한국인 친구에게 사찰 음식 이야기를 듣고 깔끔한 음식, 대량 생산과는 거리가 먼 건강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며 “독일 대도시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채식 문화가 넓게 퍼져 있는데, 독일에 돌아가면 채식주의자 친구들에게도 사찰 음식을 추천하려고 한다”고 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 사찰 음식을 맛보기 위해 체험관을 찾아 수업을 듣는 외국인은 점점 늘고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 2022년 621명이었던 외국인 사찰 음식 프로그램 수강 인원 수는 작년 1217명으로 1년새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올해 1~4월에는 295명이 수업을 들었다. 작년 같은 기간(210명)보다 85명 더 많았다. 조계종 관계자는 “한 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여러 번 올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며 “체험관 앞을 지나가다가 즉석에서 신청하는 외국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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