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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인도는 “장관 와 달라” 요청...김정숙이 수행단 40명과 함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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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악의적 왜곡”이라는 외유 논란, 당시 무슨 일이

조선일보

2018년 11년 7일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을 방문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김정숙 여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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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17일 출간한 회고록에서 2018년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해 “인도 측이 요청한 것” “악의적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 내부 문건에는, 문 전 대통령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 나온다. 애초 인도 측이 방문을 거듭 요청했던 우리 측 인사가 김 여사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고, 논란의 타지마할 방문은 공식 일정표에 나와 있지도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외국에 순방 가면 그 나라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유적이나 문화재를 볼 때가 있는데, 그걸 관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김 여사는 2018년 11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이용해 3박4일 일정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이 출장에서 온라인 화제가 된 이른바 ‘타지마할 단독샷’ 사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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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 출장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책에서 “인도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개장 때 꼭 다시 와달라고 초청했다. 나중에 개장할 때 재차 초청했는데, 나로서는 인도를 또다시 가기가 어려웠다”며 “그래서 고사했더니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해 아내가 나 대신으로 개장행사에 참석했다”고 썼다.

실제 당시 정부 공문엔 어떻게 나와 있을까.

우선 인도 측이 우리측 ‘고위급 방문’을 요청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인도에 다녀온지 일주일만인 7월18일, 외교부가 문화체육관광부에 보낸 공문에는 “인도측은 우리측 인사 참석 하에 허황후 기념공원 사업 기공식 개최 희망”이라고 적혔다. 외교부는 같은 공문에서 “귀부(문체부)에서 고위인사(장관급) 참석이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이는 바, 필요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영부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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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18일 외교부가 장관 명의로 문체부에 보낸 공문. 장관급 참석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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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인도 측이 초청자 급(級)을 높여 요구했을까.

출장을 한달 남짓 앞둔 그해 9월27일 주(駐)인도한국대사관이 외교부에 보낸 공문을 봐도, 인도 측이 희망한 출장자는 여전히 ‘장관’이었다.

이 공문엔 ‘(인도 정부가) 우리 도종환 문체부 장관님이 동 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재차 요청해 왔음’ ‘따라서 적극 검토해주시기 바람’이라고 적혔다.

그런데 한달 뒤 인도 방문의 수장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아닌 영부인이었다. 대통령 전용기가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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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4일 오후(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팔람 군 공항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김 여사는 인도 정부의 초청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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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과정을 거쳐 김 여사가 출장에 포함됐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고, 문 전 대통령 회고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출장을 간 김 여사는 현지에서 유명 관광지인 타지마할을 공식 계획이 없는 상태로 방문했고, 다른 관광객을 물린채 독사진을 찍었다.

당시 문체부가 기재부에 예비비를 신청한 내역과 문체부 국외출장 계획서에 따르면 김 여사의 인도 방문 일정에는 애초 타지마할 관광이 포함되지 않았다.

11월4일 서울에서 뉴델리로 이동한 뒤 5일엔 인도 관광부·체육부와의 MOU체결, 인도 대통령 영부인과의 오찬, 모디 총리 예방, 우타르프라데시주(Uttar Pradesh State) 총리와의 만찬이 공식 일정으로 잡혀 있었다. 6일엔 이 출장의 목적인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참석과 디왈리 축제가 잡혀 있었고, 7일 귀국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귀국일 오전 타지마할 방문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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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10일 오전(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단독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악수하고 있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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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은 “그것은 외교 일정 속에서 그 나라가 홍보하고 싶은 유적이나 문화재를 기껏해야 30분 남짓, 길어야 한 시간 그들의 안내에 따라 브리핑 받고 돌아오는 것이어서 관광이 아니라 치러야 할 외교 업무일 뿐”이라고 했다.

김 여사는 타지마할 방문 뒤 다른 관광객이 사진에 전혀 잡히지 않은 ‘단독샷’을 찍어 공개했다. 당시 국정홍보TV는 이 장면을 담은 영상에 ‘알고 보니 김 여사를 위해 일반인 관광객 출입을 잠시~ 통제한 인도 측!’ ‘챠란- 그야말로 국빈급 의전^^’이란 자막을 달았다.

이 타지마할 방문은, 출장이 끝난 뒤 문체부가 작성한 ‘출장 결과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출장단 간판 인사가 ‘장관’에서 ‘영부인’으로 바뀌면서, 장관급 국외출장의 2배 넘는 대규모 출장단이 꾸려졌다.

김 여사의 출장엔 청와대 13명, 외교부 8명, 문체부 7명, 경호처 14명 등 총 40여명이 동행했다. 한 전직 장관은 “국외 출장은 목적에 따라 규모가 다른데 보통 3~4명이 가고 최대로 많이 가봐야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장 등 1급 경호대상자의 국외 출장에도 10여명 정도가 최대다.

동행자 명단엔 청와대 요리사도 있었다. 또한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에게 금전을 송금한 의혹 관련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김 여사 단골 의상실 디자이너의 딸과 유송화 전 춘추관장도 포함됐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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