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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가짜뉴스’ 잡겠다던 방심위 신속심의, 80%는 MBC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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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2월6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방송심의소위원회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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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부임 이후 본격화된 ‘신속심의’가 문화방송(MBC) 보도·시사 프로그램에 집중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안건은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다룬 시사·보도 프로그램이었다. 당초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분과 함께 마련된 신속심의 절차가 정권 비판 언론에 대한 ‘심의 패스트트랙’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방심위가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에 제출한 ‘방송심의소위원회 신속심의 회부 안건 목록’을 보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신속심의로 다뤄진 안건은 23건이다. 이 가운데 문화방송이 18건으로 약 80%를 차지했고, 와이티엔(YTN)이 3건, 한국방송(KBS)과 에스비에스(SBS)가 각각 1건이었다. ‘신속한 심의가 필요하다’는 방심위원들의 판단이 유독 문화방송에 집중된 것이다.



방심위 심의는 통상 민원을 접수한 순서대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방심위는 지난해 9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켜 신속심의 절차를 마련했고, 3개월 만에 센터를 중단하는 대신 신속심의는 상설화했다.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방심위 기본규칙’(7조) “위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 혹은 위원장 단독으로 의안을 제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속심의의 절차적 근거로 삼고 있다.



방심위 누리집의 ‘가짜뉴스 신속심의 신고’ 배너에는 “긴급재난 사항, 중대한 공익 침해, 개인 또는 단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금융시장 등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중대사항”이 주요 대상이라고 나와 있으나, 실제로는 위원장과 심의위원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민원이 선별되는 구조다. 23건은 모두 류 위원장과 여권 추천 위원 제의로 신속심의 안건이 됐다.



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무마 의혹,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등을 다룬 시사·보도 프로그램 방송을 신속심의 안건으로 올려 제재했다. 전체 신속심의 안건(23건) 중 18건이 이러한 정권 비판 보도였고, 그 가운데 14건(77%)은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서 낸 민원이었다.



과거에는 주로 통신 심의에서 제한적으로 신속심의가 이루어졌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신상 정보, 코로나19 백신 유언비어 등 온라인 불법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야권 김유진 위원은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사회적 파장이 큰 건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위원 간 합의로 긴급 심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며 “(지금은) 자의적으로 긴급 심의를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이러한 비판에 지난 17일 설명자료를 내어 “방송 심의는 심의 지연이 심각한 상황이었고, 국회 및 감사원에서 심의 지연 문제점을 계속 지적·요구해 왔다”며 신속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위원이 (신속심의) 의안 제의 시 사유를 밝혀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다. 위원 각자의 양심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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