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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HBM 실기' 자백한 삼성전자…전영현의 '노림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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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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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에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을 선임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정기인사 후 6개월여 만에 사실상 '대표이사'를 교체한 셈이다. 그러면서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위기'라는 단어를 꺼내든 건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다. 실제 DS부문은 올해 1분기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태다. 2분기 메모리 업황에 대해선 "생성형 AI 관련 수요 견조세가 지속되고 시장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위기'를 언급한 건 초격차 경쟁력에서 뒤처진 불안감이 팽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과거 실적을 되돌리지는 못했고 오히려 SK하이닉스보다 이익률이 낮아졌다"며 "과거에는 경쟁사보다 2, 3세대 앞선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동등한 수준까지 따라잡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메모리 시장은 AI 반도체 시장의 필수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린 후발업체에 머물러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3월에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4'에서 "삼성의 HBM을 사용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4세대 HBM인 HBM3를 두 번씩이나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하지 못했고 5세대 제품인 HBM3E도 아직 엔비디아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중순 황상준 D램개발실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영현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무너진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역시 HBM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HBM은 일반 제품 대비 ASP(평균판매가격)가 높을뿐더러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비중은 작년 8%대에서 올해는 20%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기에 후발업체로 머물다가는 손익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HBM 시장은 HBM4(6세대 HBM)가 장악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체 HBM 시장에서 HBM4 비중은 2025년 4%에서 2026년에는 42%로 커지고 2028년에는 91%까지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기존의 HBM은 GPU(그래픽저장장치) 등 로직(시스템) 칩 옆에 붙어 있는 반면 HBM4는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있는 베이스 다이(Base Die) 위에 로직 칩과 하나로 합쳐진다. 그동안 메모리 기업들은 다이를 자체 공정으로 만들었으나 초미세 공정을 적용하면 연산 기능을 끌어올릴 수 있어 앞으로는 이를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맡기게 된다. 지난달 SK하이닉스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와 기술협력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인만큼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앞서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CES 2024 현장에서 "HBM의 다이를 파운드리 공정으로 사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등 기존 메모리와 완전히 다른 맞춤형 솔루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융합으로 파급력이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은 오직 삼성전자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경계현 전 DS부문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HBM4에서 메모리 대역폭이 2배로 되지만 병목(Bottle Neck) 문제를 풀기 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맞춤형 HBM4를 개발하고 싶어한다"며 "고객들은 우리와 함께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모두 오는 2025년 HBM4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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