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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개 밥그릇 본 강형욱…“훈련사에게 ‘핥아 닦으라’ 했다” 폭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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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형욱 훈련사 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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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갑질’ 논란이 불거진 반려동물 훈련전문가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가 논란 발생 5일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강 대표는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근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으나 23일 오전까지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강 대표는 업계 1위 훈련전문가로서 이른바 ‘개통령’으로 불려왔다. 2015년 교육방송(EBS) 교양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한국방송(KBS) 2TV 교양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 등 여러 방송을 통해 반려동물 트레이닝(교육)과 펫티켓(반려동물 공공예절)의 중요성 등을 알려왔다. 특히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신중히 결정해야 하고, 동물이나 보호자 모두 꾸준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많은 반려인들이 ‘스승’으로 여기기도 했다.



강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지난 1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강 대표와 일했던 ‘보듬컴퍼니’ 전 직원들의 근무 후기가 갈무리되어 올라오며 커지기 시작했다. 강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에도 비슷한 폭로 댓글이 달리고 언론이 전 직원을 인터뷰하면서 사안은 일파만파 커졌다. 직장 내 갑질 논란뿐 아니라 2022년 세상을 떠난 강 대표의 반려견 ‘레오’ 방치·학대 의혹, 경영상태가 양호한 보듬컴퍼니 폐업의 진짜 이유에 대한 궁금증 등으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강 대표는 어떻게 ‘개통령’에서 한순간에 ‘갑질 대표’로 지목되며 추락한 것일까. 그동안의 논란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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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19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보듬\' 훈련소에서 촬영한 강형욱 훈련사. 남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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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에 CCTV 감시, 화장실 통제까지…“정신적 고통”





폭로의 장이 된 구인·구직 플랫폼 ‘잡플래닛’을 보면, 보듬컴퍼니는 평점 5점 만점에 1.8점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 평점란에 1점을 준 보듬컴퍼니 전 직원은 “여기 퇴사하고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에 계속 다니고 있다”며 “부부 관계인 (강형욱) 대표와 (수잔 예희 엘더) 이사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인격 모독, 업무 외 요구 사항으로 정신이 피폐해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카톡 못 깔게 하고 (사용할) 메신저를 지정하고, 직원 동의 없이 메신저를 싹 다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암물질이 포함된 바닥 공사를 하면서도 근무를 지속해 두통, 설사, 고열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적었다. 다만, 해당 플랫폼은 실제 회사에 재직했는지 인증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어 사실 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강 대표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도 20일 비슷한 폭로 댓글이 달렸다. 한때 보듬컴퍼니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누리꾼은 댓글을 달고 강 대표가 쉬는 날에도 (업무와 무관한) 과한 심부름을 시키거나 폭염·폭설에도 중노동을 지시했으며 반려견 보호자 앞에서 모욕과 인격모독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명절 선물로 배변 봉투에 담은 스팸 6개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강 대표 부부가 사내 곳곳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해 직원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화장실 이용 시간을 통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1일 제이티비시(JTBC) ‘사건반장’은 전 직원의 제보를 받았다며 “강 대표가 직원 6명이 근무하는 공간에 시시티브이 9대를 설치하고,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다”고 보도했다.



이 제보자는 실제로 강 대표 아내로부터 “의자에 거의 누워서 일하지 마시죠”라는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다면서 휴대전화 문자 화면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회사 화장실이 고장 나자 강 대표 아내가 차로 10분 거리의 카페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권유하며 화장실 이용 시간도 지정했다고 했다. 강 대표가 덜 닦인 개 밥그릇을 보고는 반려견 훈련사인 지인에게 ‘직접 핥아 닦으라’고 주문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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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세상을 떠난 반려견 ‘레오’와 강형욱 대표. 강형욱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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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 늦어지면 개밥도 주지 말라더라”





직원에 대한 갑질뿐 아니라 보호 중인 동물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 대표의 갑질과 폭언 등을 다룬 기사에 남겨진 댓글이 공유됐다. 댓글을 쓴 누리꾼은 “(강 대표는) 훈련소에 맡길 개의 견주가 입금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그 시간부터 개밥을 주지 말라고 했다”며 “저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날 (학대) 당한 개의 종과 이름도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론 제가 몰래 사료를 줬다. 그날의 충격은 잊지 못한다. 해명이 늦는 듯하지만 변명이라도 해봐라”고 질타했다.



심지어 강 대표가 오랫동안 키웠던 반려견 ‘레오’가 옥상에 방치되다 삶을 마감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1일 강 대표의 유튜브 채널 댓글난에는 “레오가 마지막에 어떻게 떠났는지 다들 아시려나 모르겠다. 그렇게 무리해서 데려오고 이슈 만들더니, 처참한 마지막이 아직도 실감 안난다”는 글이 달렸다. 전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 누리꾼은 “그때 근무하신 다른 직원분들은 아실 텐데 (레오는) 더운 옥상에서 분변을 온몸에 묻힌 채 물도 못 마시고 방치돼 있다가 그대로 트렁크에 실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레오는 원래 강 대표의 반려견이었으나 7년 동안 경찰견으로 활약했고, 임무를 마친 뒤 다시 강 대표의 가정으로 돌아온 바 있다. 이러한 모습이 2019년 에스비에스(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를 통해 공개돼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보듬컴퍼니 갑자기 폐업 수순? 반려인들 ‘어리둥절’





강 대표의 갑질 논란은 왜 지금 갑작스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보듬컴퍼니의 갑작스러운 폐업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유명 훈련사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강 대표가 더 이상 훈련소를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전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월16일 강 대표가 지분을 100% 보유한 보듬컴퍼니는 지난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 반려견 행동교정 프로그램 ‘보듬 교육서비스’를 6월30일까지만 운영한다고 보호자들에게 알렸다. 보듬컴퍼니는 599만원짜리 ‘365일 마스터플랜 풀패키지’, 399만원짜리 ‘365일 브이브이아이피(VVIP) 풀패키지’ 등을 팔아왔다.



훈련업계는 다른 반려산업보다 아직 규모가 작아 초보 훈련사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에 시달리며 일을 시작하고 추후 이직 때도 기존 업체의 평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보듬컴퍼니가 폐업 수순을 밟을 때까지 훈련사들의 증언이 나오기 어려웠던 이유로 풀이된다.



다만, 보듬컴퍼니의 서비스 종료, 폐업 사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한겨레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으로 재무제표를 살펴본 결과, 보듬컴퍼니는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고속 성장했다. 회사 매출액은 2021년 38억2천만원에서 지난해 48억7천만원으로 연평균 12.9% 늘었다. 매출 증가를 이끈 건 ‘교육 서비스(용역)’ 매출로 교육 서비스 매출액이 보듬컴퍼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8.7%에서 지난해 86.6%로 껑충 뛰어오른 상태였다. 보듬컴퍼니의 영업이익은 2021년 4억1천만원에서 지난해 20억3천만원으로 연평균 123.6% 늘어났다. 경영난이 폐업의 이유는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한편, 한겨레는 강 대표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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