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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벤츠 모는 전 남편, 양육비는 한 번도 안 줘…선지급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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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 받은 한부모 사례자 인터뷰

"한시적 지원제도 한계…선지급제 국회서 통과돼야"

"양육비, 세금처럼 강제로 받아내는 시스템 마련돼야"

뉴시스

[서울=뉴시스] 신수연씨가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23.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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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40대 신수연씨는 현재 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 남매 쌍둥이까지 총 4명의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2019년 남편과 이혼한 후 아이들을 혼자 돌보고 있지만, 전 남편은 한 차례도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이렇게 받지 못한 양육비는 총 6400만원. 신씨는 현재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한시적 긴급 양육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지원이 종료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50대 한부모 양육자 최모씨도 2009년 이혼 후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소송을 하려고 했지만, 전 남편이 미국에 거주하는 터라 법률구조공단에서도 구제 방법이 없다며 사건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알게 됐고, 그 사이 양육비이행법도 강화돼 각종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왔다 출국금지가 된 전 남편은 그제서야 밀린 양육비 1억20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어떠한 사과도, 인사도 없었다.

뉴시스는 지난 22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가정진흥원의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양육비 미이행으로 고통 받은 한부모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양육비 미이행 시 처벌 강화와 정부가 추진 중인 양육비 선지급제의 조속한 추진을 주장했다.

신씨가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알게 된 건 양육비를 받지 못한 양육자들의 모임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을 통해서였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청구와 이행확보 지원 등을 위해 지난 2015년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현재는 여가부 산하 한국가정진흥원에 소속돼 있지만, 올해 9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다.

신씨가 전 남편에 대해 가장 괘씸하게 생각하는 점은 돈이 없는 상황이 아닌데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전 남편은 현재 구속 수감 중이며 출소 후 외국으로 가면 평생 양육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다고.

신씨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가 40년 간 운영하던 가게를 물려받았고, 한 달에 순이익이 5000만원 정도 나온다. 제가 직접 운영해서 잘 안다"며 "전 남편도 가장의 몫을 다하고 있으니 법정구속을 시키지 말아달라고 주장했지만, 한 달에 200만원을 줘야 하는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의 전 남편이 양육비를 미지급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앞으로 된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혼 과정에서 부부의 공동명의로 돼 있던 재산이 시아버지 명의로 이전이 돼 있는 것을 확인했고, 현재 전 남편 명의 재산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신씨는 "전 남편의 SNS를 보면 '벤츠 타고 내 인생을 즐긴다'고 써 있다. 매일 해외여행을 가고 값 비싼 낚시 장비를 올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데도 (양육비 지급 불이행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이렇게 피하려면 피할 수 있는 게 양육비 이행법인가 많이 좌절했다"고 토로했다.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사례자 최씨는 양육비이행관리원 내에서도 흔치 않은 성공 사례로 통한다. 전 남편이 해외에 거주하고 십수 년 간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를 극적으로 단번에 받아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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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지난해 양육비를 지급 받게 된 50대 최모씨가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05.23.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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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이혼한 게 2009년인데, 그때는 이행관리원이 없을 때라 법률구조공단을 먼저 찾았는데 상대가 외국에 있다보니 소송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나중에 이행관리원이 개설된 걸 알고 소송을 시작했는데,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소송 진행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주소지 또는 근무지를 알 수 없는 등의 사유로 소송서류를 송달하지 못할 때 법원이 법원게시판에 게시하거나 관보 등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소송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소송이 접수되고 나서 공시송달까지 8~9년이 소요됐다. 또 소송을 통해 감치명령결정권과 출국금지명령을 받아냈으나,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다 사건이 해결될 기미가 보인 건 전 남편이 한국에 입국했을 때였다.

최씨는 "전 남편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일이 있어 한국에 들어왔다고 하더라. 양육비 미지급 명단에 자기가 오른지 전혀 모르고 있다 미국에 돌아가다 출국 제재조치에 걸렸다"며 "출국금지가 해제되려면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니 그제서야 1억2000만원을 주더라. 그게 작년 3월"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전 남편은 사과는 전혀 없었다. 현재 최씨는 법원으로부터 양육비 증액 결정을 받아내 추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입을 모아 양육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법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저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하다고 생각했는데, 양해연 모임에 가보니 저 같은 상황이 너무 많더라"며 "빠져나갈 구멍 없이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강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신씨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양육비 선지급제'의 조속한 입법을 주장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에게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비양육부모로부터 돌려받는 제도다. 대상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중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거나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다. 월 20만원의 양육비를 미성년 자녀가 만18세가 될 때까지 지급한다.

또 양육비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금융소득 정보 조회를 가능하도록 해 '숨은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신씨는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제도를 지원 받고 있지만, 이번 달로 지원이 종료된다. 전기요금도 제대로 못 내 전기 공급이 중단된다는 고지서도 붙었다.

신씨는 "만일 선지급제가 시행이 안 된다고 하면 저는 희망이 없을 것 같다"며 "외국처럼 나라에서 지급하고 채무를 비양육자한테 받는 제도가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도 "양육비를 한 달만 못 받아도 세금을 거둬내는 것처럼 비양육자에게 돈을 받아내는 시스템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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