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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조선·문화’ 유튜브에 초유의 방심위 심의…“인터넷 언론 검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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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선일보 유튜브 ‘박은주 신동흔의 더잇슈’ 1월11일 방송 장면. 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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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조선일보·문화일보 등 신문사의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한 뒤 ‘해당없음’을 의결했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신문사 최초로 방심위 의견진술에 출석했고, 방심위는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에서 법리적 근거가 불분명한 ‘인터넷언론 심의’ 선례를 남기게 됐다. 모두 초유의 일이다. 현장에서도 ‘언론 검열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여기에 관련 회의록 누락 사태까지 겹쳐 이중, 삼중의 논란이 예상된다.



방심위는 23일 39차 통신소위 회의에서 조선일보·문화일보 유튜브 콘텐츠 책임자의 의견을 청취한 뒤 ‘해당없음’을 결정했다. 함께 심의된 유튜브 영상 47건도 모두 해당없음, 혹은 각하 결정을 받았다. 조선일보 유튜브 콘텐츠(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 1월11일)를 포함한 영상 다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다뤘고, 문화일보 영상(허민의 뉴스쇼 2월13일)은 이재명 대표의 당내 정치에 관한 논평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날 의견진술에 출석한 조선일보의 유튜브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 광화문’의 전현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 습격범에 대해 긴급 체포가 아니라 구속됐다고 말한 대목은 저희 잘못이다. 다음 방송(1월17일)에서 바로 정정했다”라고 해명했다. 문화일보의 오남석 디지털콘텐츠부장은 “진행자가 직접 정치권을 취재해 이 대표에 대해 논평한 것”이라며 “여론 시장에서 평가받으면 될 사안이지 행정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통신소위는 정보통신망법(44조7) 등에 따라 명예훼손, 마약·음란물 등 온라인 불법·유해 정보를 심의하는 곳으로 언론사 저작물은 심의한 전례가 없다. 지난해 방심위는 류희림 위원장 부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 저축은행 비리 수사무마 의혹을 다룬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통신심의를 밀어붙였으나 검열·위헌 논란에 가로막혀 제재하지 못했다. 당시 뉴스타파는 의견진술을 거부했다.



시정요구는 하지 못했지만 이번 조선일보·문화일보 유튜브 심의 역시 같은 쟁점을 공유한다. 여권 추천 김우석·허연회·이정옥 위원은 지난달 25일 32차 통신소위에서 ‘인터넷언론 심의’ 권한에 대한 논의 없이 이들 안건에 시정요구(접속차단)를 주장하며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당시 김우석 위원은 “여야를 떠나 정치 지도자의 위험 상황을 근거 없이 조롱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세 위원은 모두 이번 의견진술 뒤 ‘해당없음’으로 결정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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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유튜브 ‘허민의 뉴스쇼’ 2월13일 방송 장면. 문화일보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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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규정 역시 문제가 됐다. 이들 안건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8조3항카목)의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으로 분류됐는데, 이는 지난 2월 방심위가 접속차단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에도 적용됐던 조항이다. 지난달 25일 회의에서 방심위 사무처는 “‘사회혼란 야기’ 정보는 메르스, 코로나19 등 국가적 사회적 재난 같은 사례가 있었고, 이런(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같은) 유사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 등 공인들은 명예훼손 조항을 적용해서 해결하면 되는데, 이렇게 사회질서 위반 조항을 적용해 의견진술 절차를 거치는 것은 진보든 보수든 ‘언론 길들이기’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사회질서 조항 위반으로 인터넷 언론을 심의했는데, 이게 다 선례로 남는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든 이렇게 악용할 수 있고 그 단초를 오늘 심의위원들이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또 “(위원들의) 결정이 얼마나 손쉽게 번복되고 있는지 보려면 지난 회의록을 봐야 하는데 그 중요한 회의록이 없다”라고 짚었다. 방심위 사상 첫 신문사 의견진술 상황을 만들어낸 지난달 25일 회의는 해당 논의 대목을 포함한 위원들 발언이 속기록에서 빠져 논란이 일었다. “담당 속기사의 녹음기가 모두 고장 나 속기하지 못했다”라는 것이 방심위의 설명이다. 통신소위는 이날 불완전한 형태의 현 회의록을 그대로 채택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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