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이슈 물가와 GDP

11번 연속 금리 묶었지만 …"물가 2.3~2.4% 흐름땐 내릴 수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한은 금리동결 ◆

매일경제

고민 깊어진 이창용 총재 한국은행이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상향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 사이에서 각국 통화당국이 금리정책에 골머리를 싸매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23일 11번 연속 기준금리를 현 수준(3.5%)으로 묶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언제 금리를 내릴지 각국의 눈치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표면적으로 '매파'(통화 긴축정책 선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높였다. 금리정책의 핵심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2.6%)를 유지했지만 하반기 월평균 상승률 전망치는 2.3%에서 2.4%로 소폭 올렸다.

다만 이 총재는 향후 3개월 안에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차단했다. 그는 "저를 제외한 여섯 분의 금통위원 가운데 다섯 분이 앞으로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목표 수준(2%)에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3개월 이내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금통위원은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1명에 그쳤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3.5%를 유지해야 한다는 금통위원들은 물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은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통화정책 파급 시차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물가 경로가 예상 수준(2.3~2.4%)에 부합하면 인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수출이 강하게 반등하며 민간 소비까지 덩달아 회복되고 있는데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고물가보다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하반기부터 민간소비가 회복될 수 있다고 봤는데 이는 금리 인하가 전제돼 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며 "5월 금통위를 기점으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금리는 당장 올해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수출 회복세는 올해 소비를 0.3%포인트, 설비투자를 0.7%포인트 각각 늘릴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현행 고금리가 이어지면 올해 소비는 0.4%포인트, 설비투자는 1.4%포인트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고금리 충격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직접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314만명의 대출잔액은 1043조원인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들의 이자 부담은 7조2000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이 230만원이나 뛰어오르는 것이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최근 물가 상승은 공급 측면에 의한 부분이 크다"며 "한은이 미국 금리만 추종할 게 아니라 보다 전향적으로 통화정책 완화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8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11월에 한 번 더 시행할 것"이라며 "이 총재가 현재 금리 수준이 제약적(긴축적)인 수준에 있다고 언급한 데 비춰보면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 금리도 정상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내수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10월과 11월에 연달아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며 "1년 넘게 고금리 상황이 계속 유지되고, 소매판매나 건설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까지도 한미 금리 차로 인한 자본 유출이 없었다"며 "한은이 자신감을 갖고 미국보다 먼저 인하에 들어가도 괜찮다고 본다"고 전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 영향으로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07%포인트 내린 연 3.402%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연 3.472%)도 0.006%포인트 하락했다.

[김정환 기자 / 한상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