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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자칫 놓칠 뻔한 사기범, 공소시효 8일 전에 체포한 초임검사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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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문할 때 1인분 포장하는 수법 포착해 '덜미'
허성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3부 "기소중지 직전,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어"


파이낸셜뉴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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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자신과 함께 일했던 동료로부터 수천만원을 가로채 도망다닌 40대 남성이 공소시효 완성 8일을 앞두고 검찰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의 도주로 자칫 책임을 물을 수 없을 뻔했지만, 사건을 담당한 초임검사의 기지로 피고인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3부(조은수 부장검사)는 사기 혐의를 받는 A씨(46)를 지난 4월 11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3월~2014년 4월 전 직장동료인 피해자 B씨에게 허위로 자신의 재력과 변제능력을 과시하며 8회에 걸쳐 차용금 명목으로 66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가 돈을 갚지 않고 연락을 피하며 도주하자 수사기관에 A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끝내 A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며 사건은 지난 2017년 8월 기소중지 처분됐다. 기소중지란 피의자의 소재 불명 등으로 수사 종결이 어려울 때, 소재를 찾을 때까지 수사를 보류하는 절차다.

공소시효도 문제였다. 공소시효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범죄에 대한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사기죄의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 시점으로부터 10년으로, A씨 사건은 지난 4월 16일 공소시효가 완성될 예정이었다. 이 전까지 A씨를 발견하지 못하면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지난 1월 공소시효 완성 임박 사건을 검토한 검찰은 A씨가 지난해 12월 수도권의 한 지역에 전입 신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을 다시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이후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상황은 순탄치 않았다. A씨의 주거지를 방문한 경찰이 소재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다시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재송치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다시 넘겨 받은 검찰은 A씨와 연락이 닿아 이후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불응하며 계속 도피를 이어갔다.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B씨가 우울증 및 생활고 등으로 숨진 사실도 드러났다.

이를 알게 된 검찰 수사관들은 A씨의 주소지로 지목된 곳에 이틀간 잠복까지 시도했지만, A씨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며 체포에 실패하기도 했다.

사건을 담당한 허성준(32·변호사시험 8회) 검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 안 오는 게 이상했는데, 알고 보니 저희가 특정한 주거지 바로 옆에 오피스텔을 새로 구해서 기지국 위치정보만으로 알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틀 간의 잠복근무에도 A씨의 소재를 찾지 못했으나, 시효 만료를 앞둔 만큼, 허 검사는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A씨의 통화내역을 통해 자주 가는 음식점을 찾고, 음식점 종업원으로부터 "A씨가 음식을 주문할 때 매번 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니 1인분을 포장해 달라"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

결국 검찰은 A씨가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점을 확인한 뒤 버스정류장 인근에 잠복해 지난달 8일 A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공소시효 완료를 8일 앞둔 시점이다. 이후 A씨는 범행을 자백했고, 결국 기소됐다.

허 검사는 "기소 중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건을 계속 진행하게 됐고, 시효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잘했다기보단 주변에서 도와주신 덕분이고, 앞으로도 꼼꼼하게 사건을 살펴 피해자를 보호하겠다"고 덧붙였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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