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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유사 ETF 범람…상장건수 제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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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연도별 신규 상장 ETF 갯수/그래픽=윤선정


한국거래소가 연간 ETF(상장지수펀드) 신규상장을 일정 규모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ETF는 순자산총액 15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품 베끼기와 유사 ETF 난립, 출혈경쟁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자산운용업계는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상품개발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주요 운용사들에게 연간 ETF 신규 상장건수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구두로 통보했다. 차별화되지 않은 유사 상품에 대해서는 상장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A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상장지수상품(ETP)이 무분별하게 출시된다는 점을 지적받았다"며 "지나친 상장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거래소도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ETF 상장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너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한 상태"라며 "운용업계에 지나치게 많은 상장신청과 관련해 일정부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ETF 시장이 커지면서 매년 상장하는 ETF도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상장한 ETF는 총 55개다. 최근 5년간 수치는 △2019년 43개 △2020년 44개 △2021년 89개 △2022년 134개 △2023년 159개 등이다.

ETF 상품들이 계속 등장하며 베끼기 논란 등 부작용도 거론된다. 그 예로 올해 상장한 비만치료제 ETF만 3개다. 지난 2월 삼성자산운용이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를 내놓자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비슷한 상품을 2주 뒤 출시했다. B 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커지면서 뒤지지 않으려면 쉬지 않고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유사 상품 문제와 수수료 출혈경쟁도 알지만 치킨게임에서 내려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ETF 상장건수를 제한하려는 것은 인력부족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C 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초 거래소 인사 발령 후 ETF 상장 담당 인력이 5명으로 줄면서 상장심사와 승인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올해 2월 유사 상품 출시를 막고자 'ETP 신상품 보호제도 개선안'을 시행했다. 다만 현재까지 적용 상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는 상장지수증권(ETN)을 내는 증권사에도 상장 횟수를 올해 3차례로 제한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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