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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죽을 때까지 때리다니 상상 불가” 아들 옆에서 아내 때려 죽인 로펌 출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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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 25년 선고

“피고인은 범행 수법의 잔혹함을 넘어서 피해자가 낳은 아들이 지근거리에 있는 데서 엄마가 죽어가는 소리를 들리게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24일 별거 중인 아내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51)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며 이 같이 말했다.

세계일보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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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부검감정소견, 현장 검증, 범행 현장 녹음파일 등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이 쇠 파이프 충격으로 누워있는 피해자의 배 위에 올라타 강한 힘으로 상당 기간 목을 졸랐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혹하다”면서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데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린다는 것을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를 주먹으로 구타하다가 피고인이 쉬는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어 “범행 후 피고인은 아들에게 얘기를 하는데 달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 변명을 하고 상당 기간 방치했다”며 “거기에 다른 곳에 살고 있던 딸을 살인현장으로 데려왔다.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A씨가 범행 후 119가 아닌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검찰 출신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한 것에 대해선 “피해자가 살아날 수 있었던 일말의 가능성까지 막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자녀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엄마가 죽었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 아이들이 커서 사실을 알게 되고, 그때 이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이혼 소송 중이던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택에서 짐을 가지러 들른 아내의 머리를 주먹과 쇠 파이프로 여러 차례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자 유족이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140분 분량의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되기도 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피해자가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사망 당시와 이후의 상황까지 모두 담겨있었다.

A씨는 재판에서 아내를 살의할 고의가 없었다며 우발적인 폭행에 따른 상해치사를 주장했다. 그러다 지난 3일 결심 공판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인정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변호인은 범행 당시 A씨가 감정조절을 못 한 채 이성을 잃어 범행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최후진술에서 A씨가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무참히 짓밟은 점 등을 지적하며 그에게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는 아들에게 경찰을 불러달라고 간절히 구호 요청을 하고, 피고인을 진정시키려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범행을 멈추고 피해자를 살릴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살해했다. 이를 우발적 범행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음성 파일을 계속 재생했을 유족 마음을 재판부께서 깊이 헤아려달라”고 요청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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