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칸영화제] 파이알 카파디아 감독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빛’
프랑스 칸영화제는 세계 영화의 가장 뜨거운 현장이자 지금 이 순간 세계인이 열광하는 시네마의 준거점입니다. 제77회 칸영화제 현지에서 칸 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 진출작과 관련한 소식을 밀도 있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서정시에 가까운 인도영화 한 편이 칸영화제의 마지막 선택을 좌우할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파이알 카파디아 감독의 경쟁 부문 진출작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빛(All We Imagine As Light)’입니다.
이 영화는 제77호 칸영화제에 참석한 현지 외신기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영화전문매체 스크린데일리 평점에서 최고점인 3.3점(4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25일 오전 9시 현재 시각 기준,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와 함께 3.3점 최고점).
24일(현지시각) 드뷔시극장에서 관람한 영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빛’은 인간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이유를 심도 있게 모색하는 수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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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빛’은 룸메이트 프랍하(왼쪽)과 아누의 삶을 따라갑니다. 두 사람은 간호사로 각자의 사정을 품고 세상을 살아갑니다. [칸영화제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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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배경은 인도 뭄바이, 간호사 프랍하의 열차 출근길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영화는 여성전문병원에서 일하는 프랍하와 그의 룸메이트 아누를 따라갑니다.
뭄바이는 인도 사람들에게 ‘꿈의 도시’이자 동시에 ‘절망의 땅’입니다. 일을 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기에 모두가 선망하는 땅이지만, 매일 땀냄새 나는 노동과 거리의 오물과 감정의 쓰레기가 뒤섞인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평범해 보이지만 각자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프랍하는 결혼 직후 독일로 떠나버린 남편이 있습니다. 중매결혼이었는데, 떠난 뒤에 연락 한번 없었지요. 간호사 프랍하에겐 한 의사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그녀를 위해 시를 쓰고 음식을 만들 정도로 다정합니다. 하지만 프랍하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도 아닌, 어떤 미지의 것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아가지요. 그렇다고 남편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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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빛’을 연출한 파이알 카파디아 감독(가운데)와 아누 역의 카니 쿠스루티(왼쪽)과 프랍하 역의 디뱌 프랍하(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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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 역시 말 못 할 사정을 지닌 여성입니다. 그녀는 힌두교도임에도 무슬림 남성과 사랑에 빠진 상태입니다. 두 사람은 몸을 숨길 곳이 없어 길거리의 건물 구석에서 사랑을 나누거나 남들 눈을 피해 손을 잡기도 합니다.
힌두교도와 무슬림의 사랑, 이 사실이 발각되면 단지 직장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도시 뭄바이에서의 삶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지요. 영화는 이처럼 각자의 현실 속에서 마음에 뭔가를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과정에서 룸메이트인 프랍하는 아누의 비밀을 지켜주려 하고, 아누는 병원을 찾아온 세 아이의 엄마(겨우 24세임에도)에게 피임약을 무심하게 무료로 건네주기도 합니다.
도시의 소음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결국 해안가를 찾게 됩니다. 뭄바이를 떠나서 말이지요. 영화는 고요한 침묵 속에서 이 영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공감을 움켜쥐는 결말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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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빛’은 간호사 프랍하의 기자 출퇴근 장면이 다수 나옵니다. 뭄바이는 꿈의 도시이자, 동시에 떠날 수 없는 절망의 도시입니다. [칸영화제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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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모든 인간의 마음 속에 품은 ‘각자의 빛’일 겁니다.
인간이 상상하는 마음 속의 빛이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구축합니다. 꿈은 곧 그 사람의 인생 결말부의 예고편 같은 것이지요. 하지만 그 빛은 절대적이지 못하고 상대적입니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늘 위의 태양은 절대적이지만, 우리 마음 속에 품은 빛(꿈)은 전부 상대적이란 의미이지요.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든 지켜야 하는 밀애이든, 그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가르키는 방향을 우리는 따라갑니다. 영화는 바로 이 점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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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빛’의 제작진과 출연진. 가운데 웃고 있는 여성이 파이알 카파디아 감독입니다. 영화는 서정적인데, 오히려 레드카펫 위의 배우들 모습이 발리우드에 가까워 보이는 점이 흥미로운 사진입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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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도영화라고 하면 춤추고 노래하는 흥겨운 발리우드를 상상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잔잔해서 서정시에 가깝습니다.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자기 내면의 빛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과연 개봉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잔잔하지만, 꼭 그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영국 가디언과 BBC 등은 “황금종려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바로 파이알 카파디아가 될 것”로 예상했습니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인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빛’은, 황금종려상에 다가갈 수 있을까요. 25일(현지시각) 결과가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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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칸영화제 드뷔시 극장에서 관람한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빛’의 티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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