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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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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가이드 확정…"공매도 점검시스템 10개월 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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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규제 요인을 도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강제성이 없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실효성이 없을 거란 일각의 지적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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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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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달성 못해도 기업책임 없어”



정 이사장은 지난 24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 100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 필요성을 절감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올 1분기 일본 증시는 20.6%, 미국 증시는 10.2% 오른 반면 한국 증시는 3.4% 오르는 데 그쳤다.

거래소는 이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발표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코스닥 상장 기업들은 연 1회 ‘기업 밸류업 공시’를 자율적으로 하게 된다. 이미 발생했거나 결정된 내용을 담은 기존 공시와 달리, 향후 경영 목표 설정과 계획 등을 밝힌다. 투자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 판단을 도와 국내 증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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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건전한 마켓 프레셔(시장 압력·Market pressure)를 통한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며 “기업이 주주 환원뿐만 아니라 기업 상황에 맞게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주주들과 진정성있게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문화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측에선 밸류업 공시에 구체적인 수치로 경영 목표를 밝히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정 이사장은 “수치 정보를 제시한 뒤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기업에 책임은 없다. 불가피하다면 수치가 아닌 서술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거래소는 오는 27일 밸류업 관련 공시 안내 공문을 모든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에 발송하고, 준비된 기업부터 자율적으로 공시토록 할 계획이다. 상장사들은 “올해 3분기 중 밸류업 공시를 하겠다”라는 식의 ‘예고 공시’를 할 수도 있다. 거래소는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KRX 코리아 밸류업지수’를 3분기 중에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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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한국 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 상장기업 11사를 대상으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대표기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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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점검시스템 구축”



이날 정 이사장은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상장 기업은 2600개 정도고, 미국은 5500개 수준”이라며 “경제 규모 대비 한국의 상장기업 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좀비 기업에 대해선 원칙에 따라 정리해 해당 기업에 묶여있는 투자금이 다른 건전한 기업에 대한 투자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상장 요건 대비 현저하게 느슨하다고 평가받는 상장폐지 요건을 손보기로 했다. 정 이사장은 “퇴출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고, 정책 당국과 협의를 거쳐 원칙에 맞는 원활한 정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공매도 감시도 강화한다. 거래소는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고, 신속하게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도록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시스템 개발 시간은 단축하면 10개월 정도 걸릴 예정인데, 제대로 된 탐지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다만 최근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간 ‘엇박자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미국 등과 달리 한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막고 있는 데 대해 정 이사장은 “가상자산의 경우 사회적으로 인정된 수익가치 평가 모델이 현재로썬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며 “만약 가상자산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평가 모델이 나온다면 금융회사나 거래소도 가상자산을 취급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견해를 밝혔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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