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년 6개월 만에 국방장관 회담 개최
라이칭더 체제 대만 두고 격돌 여부 주목
대만군 병사들이 24일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진먼섬 랴오뤄 항구에서 정기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사흘 만인 23일부터 이틀간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했다. 진먼=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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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의 취임 직후 실시한 '대만 포위 훈련'을 통해 '침공' 시나리오를 더욱 구체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양국은 약 1년 6개월 만의 국방장관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두고 또 한번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1년 반 만에 만나는 미중 국방장관
24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석상에서 미중 국방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 국방장관 간 대면 회담은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제9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 계기 양자 회담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담에선 대만해협 긴장 문제가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독립주의 성향이 강한 대만 지도자 라이 총통 취임(20일) 직후 열리는 만큼 미국과 대만 간 군사 협력에 대한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2년 전인 2022년 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한 웨이펑허 당시 중국 국방부장은 연설을 통해 "누군가 대만을 분열시키려 한다면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며 강경한 어조로 미국·대만 간 군사 협력에 경고를 보냈다.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대만 세 방향 진격... 사실상 침공 연습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사령부가 공개한 대만 주변에서의 합동군사훈련(23~24일) 개요도. 대만 북부와 남부, 동부 등 크게 세 방향에서 중국군이 진격하는 형세를 띠고 있다. 동부전구사령부 위챗 계정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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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 사흘 만에 시작한 대만 포위 훈련(23, 24일)을 통해 무력 침공 시나리오를 노골화했다. 대만 포위 훈련은 200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와 지난해 4월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전 미국 하원의장 간 회동 당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 "이번 훈련에는 (대만) 진먼섬, 마쭈열도 등이 포함됐다"며 "이전 훈련 구역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훈련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앞선 두 차례 훈련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대만 주요 거점을 훈련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군사 압박을 확대했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은 단순한 군사 시위가 아닌 '침공 연습'을 실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공개한 훈련 개요도를 보면 중국군은 대만섬을 향해 대략 세 방향으로 진격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분리 세력(대만)의 정치 중심지인 북부, 대만해군 집결지인 남부,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동부 등으로 나누어 봉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부 정치 중심지'는 대만 지도부가 있는 수도 타이베이를, '남부 해군 집결지'는 가오슝의 쭤잉 해군기지를 각각 의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부는 대만 유사시 미국·일본 지원군의 접근 통로로 보인다. 즉 △지도부 제압 △대만 해군 봉쇄 △미일 지원군 차단 등 3가지 전략을 이번 훈련에서 연습했다는 뜻이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중국 군용기 111대와 군함 수십 척이 투입됐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성명을 통해 "중국의 이번 훈련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중국이 자제력 있게 행동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근거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며 "통상적인 민주적 정권 교체를 군사 도발 구실로 삼는 것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위해 수십 년간 유지돼 온 규범을 깨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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