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이슈 물가와 GDP

5월 가정의달엔 꾹꾹 눌렀지만 내달 물가 인상 쓰나미 닥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국내 식품·외식기업들이 정부 압박에 미뤄왔던 제품 가격 인상을 다음달 일제히 개시한다. 김·간장 등 서민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는 물론 주요 간식 거리인 초콜릿 과자류와 치킨, 면도기·건전지·담배 등 공산품까지 가격 인상이 전방위적이어서 가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다음달 1일부터 빼빼로·빈츠 등 초콜릿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

인기 제품인 빼빼로(54g)는 1700원에서 1800원으로 5.8%, ABC초콜릿(187g)은 4780원에서 5280원으로 10.5% 오른다. 가나마일드(70g)는 1920원에서 2240원으로 16.7%, 빈츠(204g)는 4480원에서 4780원으로 6.7% 인상된다.

롯데웰푸드는 애초 5월부터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5월은 가정의 달로 제과 수요가 많은 때라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해 다음달로 미룬 바 있다.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은 지난달 t당 1만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지난 24일에는 t당 8294달러로 연초 대비 두 배 수준이다. 간장과 김 시장 업계 1위인 샘표와 동원F&B도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다음달부터 가격 인상에 돌입한다.

동원F&B는 양반김 전 제품 가격을 평균 약 15% 올린다. 주요 품목인 '양반 들기름김(식탁 20봉)'은 9480원에서 1만980원으로 15.8%, '양반 참기름김(식탁 9봉)'은 4780원에서 5480원으로 14.6% 인상된다. 조미김의 원재료인 김 원초 가격은 글로벌 작황 부진과 K푸드 인기에 따른 글로벌 수요 증가가 맞물려 고공행진 중이다. 앞서 CJ제일제당과 광천김, 대천김, 성경식품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샘표식품은 다음달 중순 간장 제품 30종의 가격을 평균 7.8% 올릴 예정이다. 샘표식품의 가격 인상은 2022년 17개 제품 가격을 11.5% 올린 지 2년 만이다. 대표 제품인 '샘표 양조간장 501' 가격은 11.8% 올라간다. 업계 1위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CJ제일제당, 대상 등 다른 장류 제조사들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제너시스BBQ그룹은 당초 지난 23일부터 판매 가격을 평균 6.3% 인상하기로 발표했다가 이달 31일로 연기했다. 다음달 1일이 휴일이라 배달 플랫폼에서 가격 조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가격 인상 날짜를 31일로 정했다. BBQ의 가격 인상은 2022년 5월 이후 2년여 만이며, 110개 품목 가운데 치킨 제품 23개 가격을 올린다. 대표 제품인 '황금올리브치킨' 프라이드 가격은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자메이카 통다리구이'는 2만1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변경된다.

편의점에서는 면도기, 건전지, 담배 등 일부 공산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다. 질레트 일회용 면도기는 2400원에서 2700원으로 12.5%, 질레트 마하3 면도기 가격은 1만3100원에서 1만4500원으로 10.7% 오른다. 듀라셀 건전지 17종 가격도 전부 오른다. 듀라셀 AA 2개는 4300원에서 4700원으로 9.3% 오르고, 디럭스 AAA 4개 가격은 7800원에서 9.0% 오른 8500원이 된다.

담배의 경우 BAT로스만스의 '켄트(KENT)'가 다음달부터 기존 4100원에서 4300원으로 200원 인상된다. 가격 인상이 적용되는 제품은 켄트 스위치, 켄트 화이트, 켄트 블루, 켄트 실버, 켄트 클릭 등 총 5종이다.

국내 제조·유통업계는 글로벌 정세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직간접적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등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가격 인상을 한두 달 늦추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