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와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굳건한 3국 협력의 토대 위에 역내 파트너들과 협력의 외연도 확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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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란 단어는 63차례 등장했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2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선언 얘기다. 북핵 위협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란 지적이다. 공동선언문은 38개항, 총 5600여자 분량이다.
이날 발표한 9차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8차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포함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장보다 후퇴한 것이다. 이보다 앞선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2018년 5월),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2015년 11월)는 문구가 들어갔다.
공동선언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한·일과 중국 간 인식 차이는 컸다. 윤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이 공동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리 총리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의 평화, 안정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한다”며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측의 자제’는 중국이 유지해 온 전형적인 양비론적 태도다. 리 총리는 북한이 이날 예고한 위성 발사에 대한 우려는 물론 ‘비핵화’라는 단어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공동선언 최종 문안 조율 과정에서 중국 측이 이견을 보여 후퇴한 문안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의장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현실적 한계를 고려하고, 협력에 방점을 찍기 위해 타협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경진 기자 |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과거와 같은 합의를 끌어내긴 어렵다”며 “중국이 지난해부터 대외적으로 쓰지 않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공동성명에 포함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목표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중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기 때문에 3국 정상회의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선언에 “3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 (올해) 함께 활동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은 주목된다. “3국 협력 체제 내에서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 등 다자 간 협력 체제에서도 긴밀히 소통할 것임을 재확인한다”고도 했다. 한·일이 안보리 차원의 대북 공조에 중국을 포섭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별도 환담 자리에서 탈북민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리 총리는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소통해 나가자”고 답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이유정·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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