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로 직접 쓴 광화문 현판. 2010년 한자 현판으로 바뀐 이후 한글 관련 단체들은 “다시 한글 현판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현재 경복궁 광화문에 걸린 현판은 지난한 논의 끝의 결과물이다. 1968년부터 걸려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2010년 흰색 바탕, 검정 글씨의 한자 현판으로 교체된 지 3개월 만에 갈라진 것이 문제의 시작. 이후 현판 색깔, 한글로 교체 여부 등을 놓고 관련 단체들의 갈등이 커졌다. 결국 ‘경복궁 영건 일기’를 토대로 한 지금의 한자 현판(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이 지난해 10월 내걸렸다.
현판 교체 논의가 본격화된 지 무려 13년 만의 결과물이었다. 강원 양양 등에서 확보한 수령 200년이 넘는 적송으로 장인 6명이 참여해 새 현판을 만들었다. 개막 기념식도 열렸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새로 마련된 한자 현판을 다시 한글 현판으로 교체하는 논의를 하자고 공개적으로 나섰다. 현판이 교체된 지 7개월 만이다. 유 장관은 13일 ‘세종 이도 탄신 하례연’ 기념사에서 “(현판이) 당연히 한글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논의에) 불을 지펴 보겠다”고 했다. 당초 배포된 기념사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이어 23일 정책 브리핑에선 “세종대왕 동상이 (경복궁) 앞에 있는데 그 뒤에 한자로 쓰인 현판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한글날을 기점으로 뭔가 해보겠다”고도 했다.
광화문 현판 교체는 문체부가 아닌 국가유산청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다. 유 장관이 직접 공개적으로 현판 교체 주장을 꺼내고 나오자 국가유산청은 다소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앞서 2012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원형 복원’을 원칙으로 한자 현판이 결정된 만큼 이런 결론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한글 현판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판 교체와 관련해) 아직 행정적인 절차가 들어간 것은 없다. 일단 여론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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