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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법원 “노태우 자금과 노소영 노력이 SK에 기여···최태원, 혼인파탄 반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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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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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법원이 인정한 재산분할액 665억원보다 20배가 넘는 액수다. 위자료도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재판부는 SK그룹과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등의 기여가 있었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인정해 SK주식도 노 관장에게 분할하라고 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혼인관계 해소가 안됐는데도 2019년 2월부터 (노 관장의)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 회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재단을 설립하고 공개활동을 하면서 배우자 유사 지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등 장기간 부정행위를 계속하면서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김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이 가능한 부분만 해도 219억원 이상을 지출했고 가액 산정이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의 위자료 액수는 너무 적다. 증액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SK그룹 가치 증가에 노 관장과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기여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에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 주식은 혼인 기간에 취득된 것이고, SK 주식의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에 관해선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원고 부친(최종현 전 회장)에게 상당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돈과 노 관장의 혼인관계에서의 노력 등이 현재의 SK그룹을 있게 한 근거라고 인정하고 SK주식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공동 재산’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최종현 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에게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1988년 노 관장과 결혼했고 2017년 7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노 관장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고 노 관장은 2020년 2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노 관장은 최 회장에게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1조원 상당의 SK 주식 절반(649만여주)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원, 위자료로 1억원 등 총 666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최 회장의 SK 주식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양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1심 당시 요구했던 재산분할의 형태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변경하고 금액도 2조원대로 올렸다.

노 관장 측 김기정 변호사는 이날 선고 이후 취재진에게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한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실제 부부 공동재산으로 형성돼 30년간 부부생활을 거치면서 (주식과 회사가) 확대됐으니 같이 나누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대법원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고, 최 회장 측은 변호인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판결에 대해 입장을 내고 “항소심 재판부가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 그간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해왔다”며 “단 하나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향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심각한 사실인정의 법리 오류이며, 비공개 가사재판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며 상고할 뜻을 밝혔다.


☞ 재산분할 요구 금액 ‘현금 2조’…법원 판단은?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4162048015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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