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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승헌씨가 아들을 데리고 헌재에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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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 대리인단 “국제인권기구 도움 구할 방법 고민”

경향신문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교도소에서 3년간 대체복무를 한 오승헌씨(오른쪽)가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이 진행된 지난달 30일 아내, 7살 아들과 함께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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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양심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이 불합리하게 기본권을 침해 받아선 안 된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7살 아들의 손을 잡고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찾은 오승헌씨(40)가 이렇게 말했다. 방청석에서 헌재 결정을 지켜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이날 헌재는 병역 대체복무 요원을 교정시설(교도소·구치소)에서 3년간 합숙 근무하도록 규정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씨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처음 받아낸 당사자이다. 이후 교도소에서 3년간 대체복무를 마쳤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대체복무를 한 건데 장시간 교도소에서 합숙 복무를 하도록 한 건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 소원을 냈다. 헌재는 3년 동안 심리를 진행하고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오씨는 “대체복무 요원을 여전히 죄인으로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매우 안타깝고 아쉬운 판결”이라며 “제 경우 3년 동안 교도소에서 합숙 복무를 해 아내 혼자 두 자녀를 키워야 했다”고 말했다. 오씨가 교도소에서 대체복무 할 때 3살이었던 아들은 어느덧 7살이 됐다. 아들과 함께 온 이유도 장래에 자신과 같은 부당함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입영 영장을 받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법적 싸움을 해오는 과정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오씨는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제 아들이 2018년생인데, 그때 ‘대체복무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아들 태명을 ‘대복’이라고 불렀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2018년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 해선 안된다는 헌재와 대법원 판단이 연이어 나와서 참 기뻤는데 계속 법적 싸움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병역거부로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 싸움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씨는 헌재 재판관 4명의 반대 의견에 희망을 갖는다. 이종석·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에서 육군보다 2배 넘는 기간 동안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체복무기간이 현역병 복무기간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한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했다.

합숙 조항이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예외도 없이 합숙복무를 강제해 자녀가 있는 대체복무요원에게 더욱 과도한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36개월간 합숙복무를 강제하면서 출퇴근 복무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규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밝혔다.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 측은 헌재 결정 다음날 “대체복무의 징벌성에 대한 헌법소원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 당사자들에 대해 국제인권기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대체복무제는 헌재가 과거에 설시했듯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그 취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차별적이고 징벌적인 성격의 각종 처우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현행 대체복무제의 징벌성과 그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외면한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자’ 교도소서 3년 합숙 근무는 ‘합헌’ 결정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30161102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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