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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호주총리 "트럼프에겐 굴복하면 더 당해…맞서야 존중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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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불, 포린어페어스 기고 "무엇이 그에게 이익되는지 직접 설득해야"

연합뉴스

2018년 2월23일 백악관서 열린 회견에 참석한 트럼프(우)와 턴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트럼프는 다른 나라 지도자의 강인함과 직설화법을 싫어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화가 가라앉고 나면 그는 그것(강인함과 직설화법) 때문에 그 지도자를 존중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시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 강화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는 가운데, 트럼프 1기 집권 때 호주 총리로서 그를 상대했던 맬컴 턴불 전 총리(2015년 9월∼2018년 8월 재임)는 이같이 조언했다.

턴불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자 포린어페어스지 기고에서 "전 세계 정상들은 어떻게 하면 트럼프에게 아첨해서 그의 분노를 피할 수 있을지 안달하고 있지만 그런 순응적 접근은 나쁜 전략일 뿐 아니라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일 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벌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에서든 다른 무대에서든 괴롭힘에 굴복하는 것은 더 많은 괴롭힘을 부른다"며 "트럼프 같은 사람의 존중을 받는 유일한 길은 맞서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턴불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과 호주 사이에 체결된 난민 상호교환 협정의 유지 문제를 놓고 2017년 1월 취임을 수일 앞뒀던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한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트럼프 참모들이 호주의 카운터파트에 난민교환 협정 문제를 꺼내지도 말라고 사전에 경고해왔지만 턴불은 트럼프와 통화 때 문제를 제기했고, 미국에 협정 준수를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트럼프는 "끔찍한 협정"이라며 분노하긴 했지만 통화 말미에 마지못해 협정을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고 턴불은 소개했다.

그 일이 있은 지 4개월 후인 2017년 5월 턴불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자신(턴불)에 대해 "터프(tough)한 협상가"라고 평가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턴불은 2018년 3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을 때 호주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과가 미국 철강 제품의 경쟁력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고 미국 내 제품 가격만 올릴 뿐임을 설명했고, 전화와 편지까지 동원했더니 결국 트럼프는 생각을 바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턴불은 트럼프 집권 당시 미국의 유일한 결정권자는 트럼프였다면서 대사나 외교장관의 역할은 미미했고, 정상 간의 소통이 결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진로 수정이 이익이 된다고 설득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외국 지도자는 트럼프의 존중을 받아야 하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썼다.

턴불은 이어 "트럼프를 일차원적이고 비이성적인 괴물로 묘사하는 이미지가 너무 고착돼 있다 보니 그가 자기에게 맞는 거래라고 판단하면 지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이들 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골목대장처럼 그는 할 수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을 그의 의지에 굴복시킬 것이고, 굴복시킬 수 없을 때 거래를 시도할 것"이라며 "거래 성사 단계까지 가기 위해, 트럼프의 상대방들은 먼저 괴롭힘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각국 정상들은 동맹과 우정 등 "감상적인" 내용들은 기자회견용으로 넘겨 두고, 트럼프에게 왜 자기 제안이 좋은 거래인지를 직접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질문은 항상 '그 제안에 날 위한 것이 뭐가 들어있는가'라는 것"이라며 "그의 셈법은 정치적이면서 상업적이지만 매우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소개한 뒤 "미국 우선주의가 그의 명확한 슬로건"이라고 적었다.

이어 턴불은 "트럼프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당황하게 할 수 있고, 심지어 위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 정상을) 해고할 수는 없다"며 "지도자들의 인격과 용기, 솔직함은 트럼프 집권 2기가 현실이 될 경우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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