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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에어버스 이어 보잉 기단 늘리는 조원태…명분·실리 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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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홍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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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이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구매를 추진한다. 앞서 유럽연합(EU)의 승인을 얻어낸 뒤 에어버스 항공기 도입을 결정한 조원태 회장이 또 한번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특히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항공기가 경년 항공기(기령 20년 이상)라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달쯤 보잉사와 항공기 30대 구입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태 회장은 최근 외신과 만난 자리에서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보잉 항공기 구입 결정이 내려질 수 있고, 주문 기종으로는 '787 드림라이너'가 유력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 진행 중인 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업계는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오는 10월 말쯤 발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대한항공은 A350-1000 27대, A350-900 6대 등 에어버스 항공기 33대를 18조4660억원(약 138억달러)에 구매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노후 항공기 교체 및 차세대 중대형 여객기 도입으로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보잉 항공기 위주로 기단을 꾸리고 있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 A350를 들여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사고에 힘 떨어진 보잉, 기 살리는 대한항공

에어버스 구매 공시 한 달 전인 지난 2월 13일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선 대한항공이 EU의 기업결합 승인을 의식해 에어버스 구매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가장 까다롭게 심사한다고 알려진 EU의 문턱을 넘은 대한항공은 미국의 승인만 받으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할 수 있다. 미국은 EU보다 경쟁강도가 높아 순조롭게 심사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항공동맹인 '스타얼라이언스'의 일원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번 기업결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노선 운항 수가 '스카이팀'에 밀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해 3월 미국 법무부는 자국 저비용항공사(LCC)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M&A(인수합병)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합병을 저지했다.

특히 보잉은 지난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 737 맥스의 추락사고 이후 항공기 시장 내 위상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보잉은 같은 해 호주 콴타스항공이 추진한 '프로젝트 선라이즈'에서도 에어버스에 패배하는 등 사건·사고에 잇따라 휘말렸다.

대한항공이 구매를 추진하는 787 드림라이너는 노후화된 동체 부분이 비행 중 분리될 수 있다는 내부 고발까지 나온 상태다. 보잉이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항공기 구매를 통해 여전한 '신뢰'를 표현한 셈이다.

기령 20년 안팎 노후항공기 20% 이상…"기업결합 절차와는 무관"

다만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 도입 검토 건과 기업결합 절차는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후기종을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로 교체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보유한 167대(화물기 포함) 가운데 기령 20년 이상의 경년 항공기는 30대로, 전체의 17.9% 수준이다. 기령이 19~18년인 항공기(7대)까지 포함하면 노후 항공기의 비중은 22.1%에 달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5년 항공사와 '경년 항공기 자발적 송출 협약'을 체결하고 기령 20년을 기준으로 항공기 송출을 독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재 추가 도입은 노후 기종을 교체하고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대비한 수순"이라면서도 "기업결합 절차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보잉 항공기 도입이 심사에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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