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문과 지인을 상대로 디지털 성범죄를 벌인 피의자 박모씨가 검거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서울대 N번방' 사건으로 구속된 주범 박모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박준석 부장판사)는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사건 주범 박모씨 재판을 열었다.

이날 박씨 변호인은 검찰 측 공소사실을 듣고 난 뒤 "딥페이크 합성물 게시·전송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 혐의는 부인했다. 아울러 "반포·배포 행위를 소지죄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재판부가 '피해자들과 박씨가 아는 사이냐'고 묻자 변호인은 박씨와 이야기를 나눈 뒤 "일부는 알고 일부는 모르는 관계"라고 답했다.

이 같은 대답에 피해자 변호인은 "다수가 고통을 호소하는데 피해자별로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정리해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은 박씨는 재판정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종일관 온몸을 떨며 울먹였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변호인이 밝힌 입장과 일치하느냐'고 물었고 박씨는 "네"라고 답했다.

박씨는 재판 내내 온몸을 떨면서 울먹이며 재판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검찰 측이 공소사실을 낭독할 때는 얼굴을 감싸 쥐며 괴로운 심경을 표출했다.

서울대 출신으로 알려진 박씨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학 동문 등 여성 졸업사진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을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사진과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박씨는 합성된 동영상과 사진을 본인 컴퓨터나 외장하드에 소지하고 텔레그램 등으로 배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가 제작·유포한 음란물은 각각 100여 건·1700여 건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해 총 6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텔레그램에 단체 채팅방을 20개 정도 만들어 선별적으로 채팅방 링크를 주는 방식으로 초대해 음란물을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박씨에게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도 적용했다.

이날 검찰은 향후 수사를 계속해 추가 혐의도 조만간 기소할 뜻을 밝혔다.

박씨 외에도 공범인 20대 박모씨는 허위 영상물 400여 개를 제작하고 1700여 개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오는 28일 재판이 예정되어 있고, 지인인 서울대 졸업생 한모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서울고등법원의 재정신청 인용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아주경제=권규홍 기자 spikekw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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