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몰려드는 불법 이민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망명 신청 자체를 막는 행정 명령을 준비 중이다. 바이든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당 조치를 준비했으나 이달 멕시코 대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알려졌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바이든이 오는 4일 미 백악관 만찬회에서 국경 통제 내용을 담은 행정 명령을 공개한다고 전했다. 행정 명령에는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 망명을 신청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하루 평균 2500명을 넘을 경우 입국 및 망명 신청을 거부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앞서 미국에 불법 체류를 노리는 외국인들은 일단 불법 혹은 합법으로 국경을 넘은 다음, 난민 및 정치적 박해를 주장하며 망명을 신청했다. 이들은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망명 절차 동안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했으며 추방 명령이 나와도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
바이든이 이번 행정 명령으로 망명 신청 자체를 거부할 경우, 심사 기간 동안 불법 체류를 노렸던 외국인들은 더 이상 미국에 머물 수 없게 된다. 바이든은 망명 신청자가 하루 평균 1500명 아래로 줄어들 경우에만 망명 절차를 재개할 계획이다. AP는 가장 최근 망명 신청자 숫자가 1500명이었던 시점이 코로나19가 한참 확산되던 2020년 7월이었다며 1500명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그동안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에 관대한 편이었지만 해당 주제가 대선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자 방향을 바꿨다. 그는 지난해 10월 트럼프의 정책이었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재개했다. 바이든은 올해 멕시코 국경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안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국경 강화를 주장했던 공화당 진영에서는 11월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바이든이 막판에 이민자 단속에 뛰어들자, 공화당의 노선 색깔을 유지하고 바이든 정부의 책임론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을 피하는 분위기다.
바이든의 행정 명령 효과 및 멕시코 정부와 협력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바이든은 이달 2일 치러진 멕시코의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번 행정 명령의 발동을 미뤘다고 알려졌다. 그는 2일 멕시코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당선되자 성명을 내고 "두 나라와 양국 국민들의 이익과 가치를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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