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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與 "징글징글, 거기 안 간다"…과방·법사위 野싸움닭 누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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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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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5일에도 상임위원장 배분 이견으로 원 구성 협상에 실패했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협상도 협상이지만, 우리는 아직 어느 상임위에서 활동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초선 의원)는 말이 나왔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을 먼저 선임해야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다. 각 당은 본인 지망과 전문성 등을 고려해 짠 상임위 명단을 국회의장실에 제출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원 구성 시한을 이틀 남긴 이날까지도 소속 의원 108명의 상임위 배치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엿새 전인 지난달 30일 175명의 18개 상임위 진용을 다 짠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원들의 희망원은 진작에 다 받았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배치 의도를 분석해 희망보다는 전문성 중심으로 전략적 배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호 상임위 쏠림, 기피 상임위 공백 현상이 두드러져 조정이 적잖이 필요하다”라고도 귀띔했다.

여당 내 상임위 구인난은 민주당이 이른바 ‘강성 라인업’을 구축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두드러진다고 한다. 야당이 이른바 ‘친명 공천’으로 등원한 강경 성향의 의원을 두 곳에 배치하면서, 과격한 전투를 피하려는 여당 의원에게는 기피 상임위로 낙인이 찍혔다는 것이다. 여론 관련 사안을 다루는 과방위와 상원 기능을 가진 법사위는 원래도 선호 상임위는 아니었다. 전직 과방위원실 보좌관은 “산자위·정무위·국토위 등 ‘빅3’에 비하면 지역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맞다. 그래도 주목도가 높아 환노위·문체위보다는 사정이 나았는데 이번에는 야당 리스크에 지원자가 아예 없다시피 해 ‘유배지’로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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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당선인 신분이던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김현(왼쪽) 의원이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항의 방문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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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자, 초선 시절부터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언행으로 ‘여전사’ 별명을 얻은 김현 의원을 과방위 간사로 내정한 상태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4선 이학영 의원을 비롯해 최민희·노종면 의원 등도 “전투력 높은 싸움닭”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최 의원은 이날 대통령의 방통위원 인사권 제한 내용을 담은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과방위가 구성되면 우선순위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국민의힘에서 과방위를 자진 지망한 건 비례 초선인 김장겸·박충권 의원 두 사람뿐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MBC 사장을 지냈고 박 의원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경험이 있는 탈북 공학도다. 나머지 과방위원을 찾기 위해 원내지도부는 방송사 앵커, 과학기술 연구자 출신 초선 여럿에 합류를 권유했다. 하지만 다들 “다른 사람이 가면 좋겠다”, “지역구부터 챙기고 후반기에 하겠다”며 난색을 표한다고 한다.

법사위도 비슷하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판사 출신 김승원 의원은 2021년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욕설을 연상시키는 ‘GSGG’ 표현을 써 논란을 빚었다. 박지원(5선)·서영교·정청래(이상 4선) 등 검증된 화력의 중진에 ‘처럼회’ 주축 김용민(재선) 의원, 검찰에서 고검장까지 지낸 박균택·이성윤(이상 초선) 의원 등도 포진했다. 율사 출신의 전직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통화에서 “야당 라인업을 보니 징글징글하다. 21대 국회에서 4년을 숨차게 싸웠는데 더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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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왼쪽), 서영교 민주당 의원. 이재명 대표 체제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이들은 최고위 내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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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는 “지도부 차원의 중장기적 상임위 관리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경우 21대 후반기 과방위원과 법사위원에 친명 강성을 배치했고, 이들 대부분이 22대 국회에 주류로 다시 생환했지만 국민의힘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투사를 챙기고 키우는 분위기인 데 반해, 우리는 양지만 찾으려한다”며 “당의 웰빙 습성을 뿌리뽑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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