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
소비가 위축되면서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사정은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가장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많은 소비자들이 애용하기 때문에 커피전문점 시장은 자영업의 트렌드를 볼 때 바로미터로 활용한다. 실제로 커피전문점은 고물가 현상이 심화된 뒤로는 저가커피 브랜드만 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메가MGC커피·빽다방·컴포즈커피로 대표되는 3대 저가커피 브랜드 매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장이 급격히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메가MGC커피는 2020년 연말 전국에 1184개였는데, 2022년 2156개로 크게 늘더니 지난달 3000호점을 돌파했다. 불과 4년 사이에 몸집을 3배 가량 불릴 만큼 급성장했다. 컴포즈커피 또한 2020년 가맹점이 725개였는데 최근 2571개로 3.5배, 빽다방은 같은 기간 721개에서 1584개로 2.2배 커졌다.
이처럼 본사는 유례를 찾기 드물 만큼 빠르게 몸집을 불렸지만, 정작 점주들은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본사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10%대 중반에서 최고 40%까지 높다. 판매가는 낮은데 본사 이익은 높다보니 점주 입장에선 남는 게 많지 않다는 얘기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확장은 일반 커피 전문점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국세청이 5년간(2018~2022년) 사업 존속 연수를 조사한 결과, 커피 전문점은 평균 3년 1개월에 불과했다. 부산 수영구에서 1인 카페를 운영하다 1년만에 폐점했다는 이모씨는 “스페셜 커피를 선보이면 경쟁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저가 커피 매장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매출이 갈수록 오히려 줄었다”라고 전했다.
또 값싼 가격을 내세운 마트 등의 자체제작(PB) 간편식과 가공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소상공인이 더욱 설 곳을 잃고 있단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제조·유통망을 활용해 1만원을 넘지 않는 마트 ‘반값치킨’과 저렴한 델리류 제품군이 늘어나며 소비자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전통시장과 영세 외식업체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단 지적이다.
외식·식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을 초저가 매장에서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국내 생활용품 1위인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이 3조4605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무려 17.5% 급증한 수치였다. 의류와 잡화를 구입할 때 아울렛에 의존하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아웃렛보다 더 싼 아웃렛’을 표방하는 팩토리아울렛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초저가를 노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산 이커머스 공세도 국내 소상공인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되면 자영업자들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진단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월소득이 전년과 비슷했지만, 고용원이 없는 이른바 ‘나홀로 사장님’은 소득이 1.87%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고용원을 둘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은 자영업자들은 초저가 경쟁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입지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며 “반면 나홀로 사장님들은 불경기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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