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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횡설수설/신광영]한국계 첫 美 상원의원 노리는 42세 앤디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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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국 연방하원에 진출한 한국계 의원 4명 중 하나인 앤디 김의 아버지는 고아원 출신에 소아마비로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 서울역 등지에서 한때 동냥을 했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비 장학생 기회를 잡아 1970년대 미국에 갈 수 있었다. 다행히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를 나와 유전공학 박사로 자수성가했다. 김 의원의 어머니는 공립병원 간호사로 일했다. 그는 어린 남매를 데리고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구경시키며 “네게 모든 것을 선사한 나라(미국)를 사랑하고 가슴에 새기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42세의 김 의원은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를 거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재직했다. 그가 2018년 백인 밀집지인 뉴저지 3선거구에서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됐을 때 ‘아메리칸 드림의 기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제 3선인 그는 최근 민주당의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로 선출됐다. 뉴저지는 민주당이 지난 50년간 내리 상원의원을 배출한 텃밭이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11월 선거에서도 김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첫 한국계 미 연방 상원의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상원의원 50명 하나하나가 다 대통령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야심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추진 초기에 조 맨친 상원의원의 반대에 부딪히자 답답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거의 반반이어서 여당에서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정부가 정책 추진에 애를 먹는다. 그만큼 한 표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주별로 2명인 상원의원 100명은 권위와 희소성이 있어 주지사들과 함께 대권주자로 여겨진다.

▷소수인종인 데다 조직력과 자금력이 약한 김 의원은 당내 상원의원 경선에서 승산이 낮았다. 뉴저지주는 당 지도부의 입김이 강하고, 많은 정치인이 뇌물 수수로 물러날 정도로 금권선거의 잔재가 남아 있는 곳이다. 현직 상원의원도 지난해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그 틈에 경선에 나선 김 의원은 당내 기득권 개혁을 승부수로 던졌다. 통상 도전자는 출마 전 지도부에 지지를 구하는데 이를 건너뛰고 출마 선언을 해 주도권을 잡았다. 지도부가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투표용지 맨 위로 올리고 다른 후보는 구석에 배치해온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민 1세대인 부모가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끌어내야 했던 강인함을 김 의원 역시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복한 교육을 받고 미 주류사회로 진입하긴 했지만 당국자들이 한반도 안보나 무역정책을 결정할 때 한국의 목소리를 별로 고려하지 않는 걸 보며 정치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가 상원의원이 된다면 한국은 든든한 대변자를 얻게 되고, 미국에도 ‘기회의 땅’이란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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