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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단독] ‘청담동’ 제보자, 첼리스트에 “술자리 부인하면 불륜녀, 인정하면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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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처음 인터넷 매체에 제보했던 첼리스트의 전 남자친구가 첼리스트에게 수차례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면 진보 영웅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륜 범죄자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권성희)는 최근 첼리스트 A씨의 전 남자친구 이모씨와 강진구 전 더탐사 대표(현 뉴탐사 선임기자)의 강요미수 혐의를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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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전 더탐사 대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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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장관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30여명,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과 함께 청담동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이다. 2022년 10월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과 더탐사가 처음 제기했다.

당시 김 의원과 더탐사가 든 근거는 A씨가 이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술자리에서 윤석열과 한동훈을 봤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이 통화 녹취를 더탐사 등에 제보했다. 이후 A씨는 “귀가가 늦은 이유를 남자친구에게 둘러대려 거짓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술자리 의혹을 허위 사실로 판단하고 강진구 대표와 김 전 의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 “민주당이 보호해줄 것, 떳떳한 진보 영웅 돼라”

검찰은 최근 이씨를 강요미수 혐의로도 추가 송치받아 수사 중이라고 한다. 이씨가 의혹 제기 전후 A씨에게 보낸 문자 수백 통이 근거가 됐다.

이씨는 A씨에게 ‘윤 대통령과의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라’고 수차례 요구하면서 “민주당에서 보호해준다고 하니까 보호받아라. 그게 네가 유일하게 살 길”이라는 취지로 말했던 걸로 전해졌다.

이씨는 김 전 의원의 의혹 제기 이틀 뒤인 2022년 10월 말 “너 도와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 권익위(국민권익위원회), 민주당, 기자, 제보자 다 내 편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이씨는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신청을 한 상태였다. 이후 이씨는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전현희다. 그러니 윤석열도 어떻게 못 한다”면서 “조성은이라고 윤석열 고발사주 고발한 사람은 페이스북에서 하루종일 윤석열 욕을 하는데 아무도 못 건드리지 않느냐”고도 한 걸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A씨와 이 전 총재가 바람을 폈다고 의심하면서도 “네가 영웅이 되느냐 불륜 범죄자가 되느냐, 선택의 기로에 있다” “밖으로 나오면 불륜도 치부도 다 묻을 수 있다. 떳떳하게 진보 영웅으로 살아가”라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A씨가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면 ‘진보 영웅’이 될 수 있지만, 인정하지 않을 경우 ‘불륜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씨는 A씨에게 “네 한 마디에 정권의 명운이 달려있다. 넌 이미 영웅이 된 것이고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 네 선택만 남았다”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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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 최초 발설자 첼리스트 A씨가 지난해 TV조선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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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탐사 측 “이씨, 상간자 소송 제기할 것”

한편 검찰은 강 기자 역시 이씨와 공모해 A씨가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도록 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강 기자가 이씨와 A씨가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도록 만들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한 1시간 분량 통화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기자는 통화 직후 A씨에게 “이씨가 이 전 총재를 상대로 상간자 소송을 제기할 것 같다. 일이 커질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낸 걸로 알려졌다. 강 기자는 이외에도 A씨에게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라면서 “이씨를 설득해 소송을 내지 않게 해주겠다”거나 “이씨와의 금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변호사도 지원해주겠다”는 제안도 직간접적으로 한 걸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씨와 강 기자가 공모해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상간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A씨를 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욕설·성적 비하도… A씨 “제보자·강진구 처벌해달라”

한편 이씨는 A씨에게 욕설과 성적 비하 발언이 섞인 문자 수백 통 보낸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A씨에게 “풀뱀” “룸빵 빠순이” “창녀” 등 문자를 지속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자는 “술자리 의혹을 인정하라”는 요구에 A씨가 답하지 않자 계속됐다. 이씨는 “너에 대한 제보를 내가 얼마나 갖고 있는지 모르지” “다음주부터 너가 개XX인 거 전국민이 알게될 것”이라는 협박성 메시지도 보냈다고 한다.

A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씨와 강 기자를 처벌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모씨는 기사 보도 뒤인 11일 “해당 문자들은 강요가 아니고 그녀가 좋은 선택지를 현명하게 선택하(라)는 조언이었다”는 해명을 보내왔다. 이씨는 “그저 사실대로 말하라고 조언하는 것이었을 뿐”이라면서 “강 기자와 공모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또 욕설 문자에 대해서는 “A씨가 여러 남성과 불륜 관계를 맺은 사실을 알게 돼 충격 받아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기자는 지난달 30일 검찰 출석 당시 “첼리스트에게 강요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강요미수로 엮으려는 검찰 시도는 무리한 언론 침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A씨 측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 뉴탐사와 강 기자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도 제출했다.

A씨 측은 신청서에서 “진작에 허위였음이 밝혀진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강 기자 등이 지속적으로 방송해 인격권, 명예권, 음성권 등이 심대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강 기자 등이 허위 주장을 지속하면서 방송 1일당 얻는 후원금, 슈퍼챗 등 수익이 수백만원 상당인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양상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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