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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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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규정만 2인 1조…혼자 작업하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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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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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하던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감전 사고로 숨진 가운데, 사고 당시 인력 부족으로 ‘2인1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 내 서울교통공사 인력 2천여명을 줄이겠다는 서울시의 구조조정 계획 등이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꼽힌다.



10일 서울교통공사 내부 규정(전기작업안전 내규)을 보면, ‘고압·특별고압 작업 및 위험이 예상되는 전기 작업은 반드시 2인 이상 한 조가 돼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공기관의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근로자가 2인1조로 근무하여야 하는 위험 작업에 대한 기준을 마련·운영해야 하는데,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운행 △선로 출입 △전기 작업 등을 위험한 작업으로 분류하고 2인1조로 작업해야 한다고 사규에 정해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일 새벽 1시40분께 이아무개(53)씨가 감전 사고로 숨질 당시엔 해당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노조가 파악한 결과 이씨는 당시 배전반 내 케이블을 구분하는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전기 설비 구분용 색상표시)을 ‘홀로’ 하고 있었다. 스티커 부착은 평소 해오던 일상적인 점검 작업 외에 새로 더해진 업무로, 작업은 열차가 다니지 않는 3시간 안에 이뤄져야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현장에 이씨를 포함한 3명이 작업했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당시 1명은 다른 작업 후 뒤늦게 합류했고, 1명은 사고 발생 장소에서 정기점검 업무를 수행해 고인 혼자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현장에 3명이 있었다고 2인1조 작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3명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모두 다른 작업 중이었고, 전기 설비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은 사고자 한 사람의 몫이었다”고 덧붙였다. 2인1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단전 상태를 서로 확인하는 등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작업이 가능했다는 게 이씨 동료들의 설명이다.



해당 작업 시행 공문엔 ‘단전 상태에서 작업’이 명시돼 있었지만, 이씨는 부분단전만 된 상태에서 작업하다가 감전으로 변을 당했다. 사고 지점은 여러 개로 나뉜 전력계통이 모이는 곳으로 이를 모두 ‘완전 단전’해야 안전한 지점인데, 이를 위해선 여러 부서와 협의 등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쫓겨 부족한 인원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려다 보니 무리한 작업이 불가피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씨가 했던 작업은 매월 단위로 실적보고를 해야했다고 한다.



9일 서울 강북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아내 이씨는 “(남편은) 늘 인력이 부족한데 충원이 안 된다고 했다”며 “결국 이 사람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죽었겠다 싶다”고 했다. 이씨의 한 동료는 “자기가 책임자다 보니까 솔선수범해서 위험한 일을 자처한 것 같다. 인원이 부족하니 현장 안전을 봐 줘야 하는 관리직이 직접 현장에 투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이씨는 주로 관리·감독을 하던 간부급 사원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2026년까지 2천100여명의 인력감축 계획을 진행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기술본부는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무분별한 정원 감축 중단 및 안전 인력 충원 △동료 직원들의 회복 지원 및 면책 방안 마련 △유가족 지원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인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노조 쪽 설명에 대해 “사고 당시 3명이 전기설비 스티커 정비(부착) 작업만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2인1조 근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고 정황과 관련해선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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