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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 입법부’ 유럽의회에서 反이민 목소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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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5Q] 존재감 없던 유럽의회 왜 갑자기 주목받나

조선일보

지난 9일까지 나흘간 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예상보다 많은 표를 얻은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알리스 바이델(왼쪽) 부대표와 티노 흐루팔라 대표가 환호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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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9일까지 나흘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나왔다. 유럽 각 나라에 의회가 있기 때문에 유럽의회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으나, 이번 선거는 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아프리카 난민 유입, 빈번한 극단주의 테러 등으로 유럽이 불안한 가운데 유럽의회의 역할이 점점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중도파가 ‘대세’는 지켰지만 극우파가 약진하면서 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조용히 치러졌던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이번엔 왜 이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할까. 유럽의회의 기능과 쟁점, 앞으로 유럽 각국 정치에 미칠 영향 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유럽의회는 어떤 조직인가

EU는 주권국가 27개의 연합체이지만, EU의 법률과 정책은 원칙적으로 각 나라의 정책에 우선한다. 이러한 EU의 법률과 정책을 민주적 원칙에 따라 정하는 조직이 유럽의회다. 유럽의회는 각국의 의회 등 입법부와 마찬가지로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EU 소속 기관들을 감독·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EU 차원의 주요 정책에 대한 동의권, EU의 대통령 격인 집행위원장 선출권도 가지고 있다.

◇Q2. 의회는 어떻게 구성하나

총 720석이다. 기본적으로는 인구에 비례해 국가별 의석을 가져간다. 다만 인구가 적은 나라의 존재감이 너무 미미하지 않도록 6석의 국가별 ‘최소 의석’을 정했다. 의석수는 인구 변화 등을 반영해 통상 5년마다 EU 조약에 의거해 조정한다. 영국이 EU를 탈퇴(브렉시트)하기 전엔 의석이 751석이었다. 이번 선거에선 독일 96석, 프랑스 81석, 이탈리아 76석 등 순으로 배정됐고 룩셈부르크·몰타·키프로스 등 소국은 6석을 가져갔다. 회원국은 선거 기간 1~2일간 직접투표로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는데 세부적 방식은 각국이 정한다. 독일·스페인·네덜란드는 나라 전체를 한 선거구로 두는 반면, 프랑스·그리스 등은 전국을 여러 선거구로 나눠 선거를 진행한다.

유럽의회 선거는 국가의 ‘정당’ 대신 추구하는 정치 노선이 비슷한 의원들이 다른 나라 정치인과 힘을 모아 ‘정치 그룹’을 만들어 유세를 한다. 극좌부터 극우 순으로 좌파연합-사회민주진보동맹(S&D)-리뉴유럽-유럽국민당(EPP)-유럽 보수와 개혁(ECR)-정체성과 민주주의(ID) 등의 정치 그룹이 이번 선거에서 경쟁했다.

조선일보

유럽에 퍼지는 '극우 물결' - 지난 6~9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유럽에서도 극우 성향의 정당 및 교섭 단체가 전체 의석의 20%를 넘게 득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9일 프랑스 극우 성향 정당인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은 파리에서 환호했고(위), 비슷한 시각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두 공동대표도 베를린에서 얼싸안고 기뻐했다(아래). /AP·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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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올해 선거가 유독 주목받은 이유는

브렉시트(2020년) 후 처음 실시된 선거로, EU의 노선이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하는 지표여서 특히 관심을 끌었다. 신종 코로나 대유행 이후 난민과 불법 이민자가 몰려들어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고물가와 경기 부진 등 해소되지 않은 사회 불안 요소가 많아 극우 세력이 부상하리라는 전망이 나왔고, 현실이 됐다. 극우 성향 정치 그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앞으로 EU의 각종 사회·경제·외교정책이 우경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EU 차원의 난민 대응 정책이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EU가 힘을 모아 우크라이나를 군사·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지금의 구도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의원들의 목소리에 흔들려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변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Q4. 왜 프랑스·독일 등의 국내 정치까지 요동치나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각국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유권자의 민심(民心)을 가늠하는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다. 프랑스는 극우 야당인 국민연합(RN)의 약진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강력한 불신으로 해석되며 의회 해산으로 연결됐다. 또 독일에선 올라프 숄츠 총리의 집권 여당 사회민주당(SPD)이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크게 밀리며 녹색당·자유민주당(FDP)과 구성한 지금의 ‘신호등 연정’에서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 초래됐다. 이로 인해 결국 연정이 붕괴될 거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Q5. 선거 결과가 유럽 각 나라에 미칠 영향은

당장 새 유럽의회가 개원하면 기존 EU 정책에 대한 대대적 개편 움직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민심이 ‘우향우’ 했음이 확인된 만큼, 중도파도 ‘우클릭’ 하며 더 강경한 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각국의 내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유럽 국가들 간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난민 수용 정책을 놓고 서로 반목해 왔지만, 프랑스에서 반(反)이민·난민 정책을 추진해온 RN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양국이 난민에 대한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는 관계로 변할 수 있다. 반면 지난 10여 년간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온 독일이 극우 AfD의 영향으로 이민 장벽을 크게 높이게 되면 주변 국가들의 부담이 급격히 커져 독일과 EU 국가 간 관계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이 약화할 경우 러시아발(發) 안보 위기를 겪는 동유럽 국가들과 EU 간 갈등이 초래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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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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