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내 몸에 대한 품평, 댓글 보고 밤잠 못자”…제2 N번방, 작년 9000명 피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가부 산하 피해자지원센터
불법촬영 동영상 삭제 총력

성인사이트 유포가 절반 차지
검색엔진 개인정보도 ‘공포’
유포 알자마자 신고해야
‘골든타임’ 내 해결 가능해


매일경제

“새벽에 알 수 없는 이름으로 영상을 잘 봤다는 카톡이 왔다”,“텔레그램에서 나에 대한 품평이 올라왔다. 입에 올릴 수도 없는 댓글들이 마음에 새겨졌다”(‘디지털성범죄 유포 및 유포불안 피해경험에 관한 연구 보고서’ 중 피해자 사례)

최근 ‘서울대판 n번방’ 등 연이은 디지털성범죄 사건으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작년 한해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을 요청한 사람이 9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촬영된 동영상 뿐 아니라 합성 사진, 협박받은 피해자가 강요에 의해 제공하는‘몸캠’등 디지털 성범죄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피해자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11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설치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를 찾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수는 8983명이었다. 전해 7979명에서 12% 늘어난 숫자다. 센터가 개소한 2018년(1315명)과 비교하면 5년 만에 8배로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20대(50%)가 절반을 차지했고, 10대가 25%, 30대가 12%로 뒤를 이었다. 피해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여성이었으나, 남성도 26% 나 됐다.

센터에서는 동영상 피해자가 지원요청을 접수하면 상담을 통해 증거를 모으고, 유포된 동영상을 찾아내 삭제를 요청하는 업무를 진행한다. 이렇게 삭제를 요청한 건수만 지난 6년간 100만4159건에 달한다.

불법촬영동영상은 성인사이트(47%)에서 가장 많이 유포된다. 검색엔진(30%)과 소셜미디어(14%)를 통해 퍼지기도 한다. 사람의 DNA처럼 영상에도 고유한 요소들이 있는데, 센터에서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삭제 특화 시스템(DNA검색시스템)을 이용하면 원본 영상에 워터마크를 넣거나, 흑백처리하는 등 가공한 영상까지 찾아낼 수 있다.

유포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약 3개월 정도다. 센터에서는 3개월간 집중적으로 유포 사이트를 찾아내고, 이후에는 재유포에 대비해 3년 가량 지속적으로 영상물을 모니터링한다. 피해자들은 ‘언제 또 영상이 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지난해에도 실제 동영상이 유포됐거나(2717건), 불법촬영이 있었던 경우(2927건)보다 영상 유포에 대한 불안(4566건)때문에 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1대1 채팅방을 통해 유포되는 영상은 추적하기 어렵다. 센터에서는 오픈채팅이나 텔레그램 맛보기방 등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방에 삭제 지원자가 위장해 침투하거나, 운영자와 대화도 나누지만 한계가 있다. 센터 측은 “텔레그램 등에 유포된 촬영물이 성인사이트나 SNS등에 유포됐을 때는 즉시 모니터링해 실시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글이나 빙 등 검색엔진을 통해 피해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2차 피해도 심각하다. 검색엔진에서 개인정보가 빠르게 퍼져 삭제요청을 보내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성혜 디성센터 삭제지원팀장은 “검색엔진에서는 피해촬영물을 서버에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조치 의무가 없다고 회신이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을 통해 조치의무사업자가 조치를 취할 세부적인 법적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사이트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진화하는 만큼 센터가 사이트 내 불법 동영상을 직접 삭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디지털 성범죄 유포 및 유포 불안 피해경험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 유포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직접 삭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