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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누군가는 지하철 탈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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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23주기인 지난 1월22일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시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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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현 | 인천여고 3학년



아침 그리고 저녁의 지하철은 매우 일사불란하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등하교하는 학생들, 그 밖에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두가 각자 저마다의 다음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자신의 발을 뻗어 나간다. 누군가는 노래를 들으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내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시청하며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친구나 연인, 가족 등 지인들과 이야기하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나 흔한 일상을 당연한 권리로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 승강장이 고장 나서 혹은 지하철 승강장이 아예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이용 자체가 불가하거나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 넓은 틈 때문에 열차를 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운이 좋아서 탄다 하더라도 좁은 열차 안 부대끼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내려야 한다.



교통약자가 지하철역 지상 출구부터 대합실이나 승강장까지 별도의 도움 없이 원활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동선을 ‘1역사 1동선’이라고 말한다. 현재 서울 지하철역 가운데 ‘1역사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역사는 마천·수락산·종로3가·상월곡·청담·구산·남구로·복정·고속터미널·신설동·대흥·상일동·까치산역 등 13곳이다.



서울시는 이들 13개 역사를 제외한 96.1%의 지하철역에서 ‘1역사 1동선’을 확보했다고 설명하지만, 장애인들은 승강기가 없으면 지하철역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올 연말까지 ‘1역사 1동선’ 100%를 달성하겠다는 서울시의 최근 발표가 빈말이 아니길 바라며, 더 나아가 추락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누구나 이용 가능한 지하철을 구축하기 위하여 힘썼으면 좋겠다.



2001년 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고부터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이어져 오고 있다. 지하철을 그저 간편한 이동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가, 다른 누군가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지하철 이용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지하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서 장애인을 마주치기 어렵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지하철 풍경에 장애인이 빠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도 대중교통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사회가 올까? 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이어진다면 대중교통에서 ‘배리어프리’(무장애 설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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