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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이민자들은 대한민국을 구원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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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로 이민자가 대거 몰려들고 있다. 그 이유는 전쟁과 부자 국가들의 인도적인 배려심 때문이다. 이러한 이민자의 흐름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도 곧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진국으로 대규모 이민자가 이동하는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가 없다. 전쟁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이민을 받아들이는 국가들의 혼란으로 언제든지 그들이 이민자들에게 차갑게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86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인 미국의 경우 이민자들의 출발국은 멕시코, 인도, 중국 순이었다. 유럽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유럽연합은 작년에만 350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였는데 이민자들의 출발지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시리아 순이었다. 유럽으로 간 이민자들은 정치·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국가들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대규모로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급속한 노령화로 노동자가 부족해서다.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15세부터 64세까지의 경제활동인구는 2019년에 3763만명 수준에서 이미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3500만명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가장 걱정되는 시점이 2040년대인데, 경제활동인구가 2500만명 이하로 떨어진다. 2500만명의 노동자는 세계 10위권인 우리 경제를 유지할 수 없는 규모다. 20년 내에 노동자 부족으로 지금의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없는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급격한 노동자 감소를 미리 경험한 일본도 이미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일본은 아베 신조 정부 들어 미국 수준의 이민자 포용 정책을 발효했는데, 이민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2018년 25만명 수준이었던 이민자가 작년에는 30만명대로 증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민자를 받아들임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있다. 우리나라는 별다른 천연자원 없이 노동과 기술로 경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민 노동자의 '생산성'이 중요하다. 경제성장 이론에 따르면 저숙련 노동자의 유입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나누어 갖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들이 들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들은 기술과 지식을 통해 GDP를 높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유명한 세 가지 화살 정책의 일부로서 외국인 노동자 수용 확대를 추진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고려하지 못했다.

반면에 미국 이민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이민자들의 약 20%는 미국 대학을 통해 미국에 정착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미국 대학으로 오게 되고 이들은 애플, 테슬라, 구글과 같이 이전에 없었던 혁신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이민자와 경제성장 사이의 선순환 구조다. 솔직히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 현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생들을 오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대학 시스템은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을 '사후적으로' 높여줄 수는 있다. 비수도권 대학의 개혁을 위해 시작된 글로컬 대학에 이러한 기능이 포함돼 있다. 글로컬 대학들은 우수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의 창업을 돕고 그들을 글로벌 교원으로 양성하기 위한 기구도 설치하고 있다. 확대되는 이민과 조화를 이루어 글로컬 대학들이 이민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요람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이민 정책은 일본보다 우월한 성과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최근 경제학 연구들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기반한 미래의 경제에서는 노동자의 사회적 자본, 즉 관계나 설득과 같은 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추세는 유교 국가인 한국, 일본, 대만에서 특히 강한데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기술이 요구되는 직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공학과 같은 인지적 기술과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회적 기술도 같이 교육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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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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