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르펜 찬반 국민투표' 바꿔 주도권 되찾을 심산
최악 '자충수'로 막내리나…극우 제1당 가능성 점점 구체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 참패로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이어가며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조기 총선이 극우 세력 확산을 막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에게 차기 대권까지 내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발표된 BFMTV·엘라브(Elabe) 여론조사 결과 극우당인 국민연합(RN)이 전체 577석 가운데 220∼270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과반인 289석에는 못 미치지만 의석을 현재 88석 대비 세배 수준으로 늘리게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을 비롯한 여당 연합은 90∼130석을 가져가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다수당 지위를 RN에 내어줄 뿐만 아니라 좌파 연합(150∼190석 예상)에도 못 미치게 된다.
지난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여당이 RN에 더블 스코어로 패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의 급부상에 제동을 걸고 절반 넘게 남은 임기 내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조기 총선이라는 '충격요법'에 나섰다.
여기에는 유럽의회 선거와 달리 총선에서는 극우의 압승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1차 투표가 열리는 6월30일까지 3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좌파가 연합해 단일후보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이고, 내달 7일 결선까지 가면 유권자들은 결국 좌우 양극단보다는 친기업 성향의 집권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셈법이다.
프랑스 총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선거구에서 결선 투표를 치러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마크롱 대통령이 바라던 승부수대로 조기총선은 르펜에 대한 국민투표처럼 흘러가고 있지만 그 결과는 바람과 크게 엇나가고 있다.
좌파 연합 '인민 전선'이 정당 간 선거구 배분에 합의하는 등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었고, RN은 1당으로 올라서며 극우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유럽의회 선거 승리 이끈 르펜 당수 |
이에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총선 카드가 '실패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WSJ은 "마크롱 대통령의 성급한 조기총선 결정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르펜을 저지하기 위한 마크롱의 도박이 오히려 (르펜을) 권력으로 이끄는 위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또한 마크롱 대통령이 "르펜과 그의 극우 정당을 프랑스 권력의 코앞으로 이끈 인물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재선된 마크롱 대통령이 더는 연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르펜이 차기 대권을 쥘 수 있다는 우려가 프랑스 정계에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기총선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재임 때인 2013년 1월 영국 내 유럽연합(EU) 회의론이 부상하자 EU와 회원국 지위 변화 협상을 하겠다는 총선 공약과 함께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유권자들이 EU 잔류를 택할 것이라는 계산을 바탕으로 던진 승부수였으나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예상과 달리 EU 탈퇴가 결정되면서 캐머런은 그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영국은 상당한 분열과 혼란을 겪었다.
정치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캐머런은 모든 것을 건 도박을 했고 패배했다. 그는 (EU 탈퇴 시 비관적 상황을 강조하는) 공포 프로젝트가 이길 것이라고 봤지만 틀렸다"며 "마크롱이 그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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