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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트럼프가 '유죄' 후 첫 일정으로 UFC에 간 까닭은…?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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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 그가 어떤 모습으로, 언제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 세간의 관심이었는데… 그의 선택은 격투기 경기장이었다. 현지 6월1일, 맨해튼에서 서쪽으로 허드슨강을 건너 뉴저지주의 UFC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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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경기장에 등장한 트럼프. 지난 1일 뉴저지주 뉴어크.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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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격투기 사랑(?)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7년 WWE 레슬매니아23에서는 WWE 회장 빈스 맥마흔과 승부 내기(이른바 '억만장자의 격돌 Battle of Billionaires')에서 이겨 그를 때려눕히는 쇼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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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회장을 링 위로 끌고 와 머리를 박박 미는 이벤트를 벌였다. 유료 방송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해 2013년엔 WWE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헌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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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 회장 빈스 맥마흔의 머리를 삭발하는 도널드 트럼프. 2007년 4월 디트로이트.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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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이러는 걸까? 이번에는 왜 또 격투기 경기장을 찾아갔을까?

우선은 그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깔보고 짓누르는 언행을 젊을 때부터 일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를 시작한 이후에도 자신의 상대를 '때려눕히겠다', '철창에 가두어 버리겠다'는 등등의 말을 자주 한다. 오는 11월 큰 승부를 앞둔 트럼프에게,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고 포효하는 격투의 현장은 꽤 어울리는 장소일 수 있다. 속으로는 바이든을 때려눕히는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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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경기 직관 중 미소를 띤 트럼프. 지난 1일.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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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선 승리가 유력한 후보가 선거 다섯 달도 안 남은 시점에, 그냥 개인의 취향에 따라 대중 노출의 중요한 기회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선거철 정치인은 숨 쉬는 것도 정치라는데, 트럼프가 UFC 경기장에 간 것도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바로,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에 답이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에 따르면, 그날 경기장엔 각계각층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었지만 관중의 대부분은 남성들, 그것도 젊은 남성들이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입장하면서 이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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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응원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하는 남성 UFC 관객들. 지난 1일.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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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성들, 그중에서도 유색인종 젊은 남성들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권자 집단이다. 지난번 2020 대통령 선거와 비교할 때, 바이든 지지에서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는 경향이 가장 눈에 띄는 집단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최근 트럼프의 유죄 판결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고 45~49% 안에서 1%포인트 정도의 근소한 격차로 다투는 중이다. 이번 선거는 경합주에서, 그중에서도 평소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던 유권자들의 적은 표차에 의해 승패가 판가름 날 거라는 예측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2020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했던 유권자 그룹 중 일부만 트럼프가 가져와도 트럼프로서는 승산이 크게 높아진다. 그게 바로 젊은 남성들이다. 트럼프가 유죄 판결 뒤 첫 대중 일정으로 UFC 경기장을 찾아간 데는 그런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남성 표심을 가져오려는 트럼프의 전략은 정말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젊은 남성은 보수로, 젊은 여성은 진보로…커지는 성 격차(Gender Gap)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은 2020 대선 직전과 비교해 여성보다 남성, 백인보다 유색인종의 표심을 많이 잃은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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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 우호적인 유권자의 비중이 2020년 대선 직전에는 54%였는데 지금은 46%다. 8%포인트의 감소 폭인데, 이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남성, 그리고 유색인종이다. 바이든에 우호적인 여성의 비율은 58%→53%로 5%포인트 줄어든 반면, 남성의 비율은 50%→39%로 11%포인트나 감소했다.

인종별로 보면, 바이든에 우호적인 백인의 비율은 44%→40%로 4%포인트 감소한 반면 유색인종에선 바이든에 우호적인 유권자가 75%→58%로 17%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렇게 된 데는 두 층위의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바이든 vs 트럼프라는 개인적 차원에서, 바이든이 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싫다'는 반응이 많다기보다는, 바이든이 그닥 사람들에게서 흥미와 감정을 끌어내지를 못한다. 졸립고 지루한 캐릭터인 것이다. 한국 연예계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악플보다 무플'의 슬픈 양상이다. 트럼프는 그와 정반대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이 백악관에서 의원들을 만날 때도 걸핏하면 졸 정도로 쇠약해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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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6월 4일 자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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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회의나 면담에서 바이든이 말을 할 때는 웅얼웅얼 거리고 목소리도 작아서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보수 쪽에서는 지난 3월 7일 바이든이 힘찬 목소리로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했던 건 '약물'의 힘일 거라고 주장한다. 대선 후보 TV 토론 때 약물 검사를 하자는 트럼프의 발언도 그 점을 찌른 것이다.

강한 알파메일이 무리를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미국 남자들에게, 맥이 풀려 오늘내일 하는 것 같은 바이든은 도무지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다. 심지어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바이든이 나라를 이끌기에는 너무 약해 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둘째 요인은, 미국의 진보 진영과 민주당이 광범위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실제 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젠더나 인종 이슈 등 '정체성 정치'에 너무 집중했던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미국 진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남성들, 특히 구직활동에서 백인보다 불리한 유색인종 남성들이 민주당과 바이든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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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남성 유권자 표심을 붙잡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는 <폴리티코>의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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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남성-특히 젊은 남성들의 탈(脫) 진보화 경향이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세계적이고 장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유럽연합과 한국 등 선진 20개국의 사회조사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18~29세 남성들은 조금씩 보수화되는 반면 같은 연령대의 젊은 여성들은 급격히 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래프에서 아래쪽으로 갈수록 스스로를 '진보 성향'이라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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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국가별로 봐도 공통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특히 미국의 경우 '나는 보수'라고 생각하는 젊은 남성과 '나는 진보'라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의 간극이 크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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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남성 차별'…이렇게 믿는 젊은 남성, 세계적으로 증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일단, 젊은 세대가 현실과 미래에 대해 암울하게 느끼는 것은 남녀 불문 공통된 현상이다.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통해 내 삶의 의미를 찾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좀 들어가 보면, 여성들과 남성들은 성별에 따라 다른 집단적 경험을 갖고 있다고 서구의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젊은 여성들은 #미투 운동, 트럼프 등 우파 포퓰리즘 정치 지도자들의 득세, 그에 따른 가부장제 강화와 임신 중지권 제약, 데이트폭력 증가 등을 지켜보면서 페미니즘 성향이 강해졌다. 반면 젊은 남성들은 그에 대한 반작용을 보이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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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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