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광득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얼마 전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리는 재벌 그룹 회장의 이혼 사건 2심 판결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필자도 관심 있게 판결의 내용을 살펴봤다. 1심에서는 600억 원 정도의 재산분할, 1억 원 정도의 위자료가 인정됐는데, 2심은 재산분할 1조4000억 원, 위자료 20억 원으로 결론을 바꿨다.
판결 내용에 대해 언급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 판결을 보면서 이혼 사건이 정말 예상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이 사건에서 1심과 2심의 재산분할금이 큰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재산분할 대상이 된 재산에서 차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혼인 기간 중 부부 중 일방이 단독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이라고 한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특유재산 유지에 협력했거나 감소를 방지하였다는 것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실무에서는 특유재산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고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번 사건 같이 특유재산을 분할대상에 포함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사건에서, 명확한 기준을 알기 어려운 법리를 두고 다툼을 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재산분할에서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생긴 재산의 변동은 부부 중 일방에 의한 것으로써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관계와 무관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변동된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대법원 판례의 태도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법리이기도 하다.
필자가 최근에 수행했던 사건 중에 결혼 후 몇 년간 같이 살다가 여자가 집을 나가 사실상 이혼을 한 상태로 지냈던 부부가 있었다. 두 사람이 헤어질 때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는데, 이후 남자의 사업이 잘돼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만나거나 연락을 한 적도 없었다. 사실상 이혼한 상태로 20년을 살았는데, 여자가 남자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필자는 남자의 재산이 여자와 헤어진 이후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형성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재산분할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렇게 하면 재산분할을 해 줄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어느 정도의 재산분할을 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재산분할을 해 줄 것이 없기 때문에 재산분할을 해줘야 한다는 논리는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재산분할 사건은 법리보다는 다른 사정으로 판단되는 경우들이 있어 예상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혼에 따른 위자료 금액도 그렇다. 위자료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로를 해주기 위해 지급을 명하는 것인데, 정신적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기존에 있었던 사례들이나 법원의 내부적인 기준을 참고해서 일반인들이나 변호사들도 예상할 수밖에 없다. 통상 많은 금액이 인정되더라도 3000만 원~5000만 원 정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수억 또는 수십억 원의 위자료를 명하는 판결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위자료 금액을 예상하고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더욱 알기 어렵다.
[부광득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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