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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대담하게 '오픈채팅방'서 판 벌이는 부업 사기꾼들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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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홍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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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을 빌미로 서민에게 돈을 요구하는 신종 피싱 사기가 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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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메신저와 문자를 활용한 '부업 피싱(Phishing) 사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사기꾼들은 "고수익 부업을 시켜주겠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꼬드긴 다음, 입금된 돈을 받고 잠적해 버립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부업'에 나섰던 피해자들은 텅 빈 통장만 바라볼 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이런 부업 피싱 사기는 날로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오픈채팅방에서 숱한 이들에게 덫을 놓고, 그럴듯한 사이트를 대놓고 운영하면서 '법인 사업자' 행세도 합니다. 필요하다면 유명한 업체의 이름도 서슴없이 사칭하기도 합니다.

# 문제는 유혹의 덫에 한번 걸리면 피해자로선 헤어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기꾼들을 검거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더스쿠프가 부업 피싱 사기의 심각성이 무엇인지 따져봤습니다. 視리즈 '신종 피싱 부업 사기를 아십니까' 2편입니다.

우리는 視리즈 '신종 피싱 부업 사기를 아십니까' 1편에서 부업 피싱 사기에 걸려들 뻔한 대학생 김은하(22·가명)씨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사기꾼은 은하씨에게 "영화표를 구매하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말로 부업을 권유했습니다. 사기꾼이 꽤나 그럴듯한 예매 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은하씨는 큰 의심 없이 사기꾼의 지시를 순순히 따랐습니다.

하지만 부업을 한참 시키던 사기꾼이 느닷없이 "돈을 입금해야 보상금을 줄 수 있다"고 말을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사기꾼은 "입금 액수가 많을수록 10%에서 최고 30%의 수익을 추가로 보장해 준다"면서 본색을 드러냈죠. '돈 놓고 돈 먹기' 식 제안에 모든 게 의심스러워진 은하씨가 "왜 알바생이 돈을 내야 하느냐"고 따지자 사기꾼은 곧바로 잠적해 버렸습니다.

■ 문제➊ 보상 심리 자극 = 은하씨처럼 부업 피싱 사기를 경험한 이들 중 몇몇은 사기꾼의 말에 넘어가 큰 돈을 잃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피해자 B씨는 '영화 설문조사에 응하면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부업을 시작했다가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날렸습니다.

상대방은 '설문조사 1건당 5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VIP 미션을 해야 설문조사 수익금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여기서 VIP 미션은 은하씨가 제안받은 '출금 미션'과 동일한 구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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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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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8만원을 입금했습니다. 사기꾼은 처음에는 원금에 수익까지 붙인 금액을 순순히 돌려줬습니다만, 그건 미끼였습니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단 생각에 B씨는 점점 큰 액수를 입금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1064만원까지 불어났습니다. 하지만 사기꾼은 돈을 돌려주지 않은 채 "1600만원을 더 입금하라"는 말만 거듭했습니다. B씨는 그제야 자신이 피싱 사기에 걸려들었단 걸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습니다.

이렇듯 피싱 사기꾼이 피해자들을 유혹하는 수법은 다양합니다. 영화 티켓 구매와 설문조사 외에도 쇼핑몰에 가입시킨 뒤 가상의 돈으로 물건을 사게 하는 방법, 숙박시설 홈페이지에서 후기를 작성하게 하는 방법 등 그럴듯한 내용으로 덫을 놓습니다. 이럴 때 은하씨처럼 몇몇은 "왜 내 돈을 써야 하지"란 의심을 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부업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덫에 걸려듭니다.

실제로 '부업 피싱'에 휘말린 피해자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부업을 빙자한 사기 피해 건수는 2022년 4건에서 지난해 56건으로 16배 늘었습니다. 피해 금액 역시 1940만원에서 4억3900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정지연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센터장은 "고수익 알바라고 하면서 금액을 요구하는 곳을 의심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고 말했습니다.

■ 문제➋ 진화하는 사기 = 더 큰 문제는 부업 피싱 사기꾼의 수법도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사기 방지 서비스 '더치트'에 올라온 부업 피싱 사례들을 살펴보니, 지난해엔 주로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 메신저로 부업 피싱이 자행됐습니다. 사기꾼은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참여자들에게 설문조사 내용이나 영화 평점 양식 등을 전달했죠.

은하씨가 경험한 부업 피싱은 이보다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수법입니다. 사기꾼은 사업자등록증까지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버젓이 운영했으니까요. 더 나아가 신작 영화의 예매율과 시놉시스까지 등록했습니다. 은하씨처럼 인터넷에 밝은 젊은 층이 '혹할 만한' 요소를 모두 갖춰놨던 겁니다.

한술 더 떠 유명기업의 이름을 대놓고 쓰는 사기꾼도 있습니다. 영화 전문매체 씨네21은 지난 1월 26일 "메신저에서 씨네21 직원을 사칭해 부업을 미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자사 SNS에 올렸습니다. 인기 한국영화 '파묘'의 배급사인 쇼박스도 3월 18일 SNS에 "쇼박스를 사칭한 피싱 시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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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사기꾼은 필요하다면 유명 업체 이름도 스스럼 없이 사용한다.[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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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새한 변호사(법무법인 자산)는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이들 사기꾼을 색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몇만원에서 몇십만원 등 비교적 적은 돈을 사기당한 이들도 많을 텐데, 이렇게 소액을 날린 이들은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변에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다. 더구나 이런 조직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검거도 쉽지 않다. 지금으로선 소비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



언젠가부터 피싱 사기꾼들이 일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호시탐탐 서민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사업자등록증까지 만들어놨으니, 이들의 유혹에 걸려드는 피해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그저 '속은 네 탓'이라고 넘어가야 할까요? 글쎄요,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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