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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급발진 의심’ 12살 아들 잃은 아빠의 절규…“결함 원인 소비자가 증명? 이건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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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도 증명 못하는 결함 원인을요?”

세계일보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 현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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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도현이 가족이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제정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입법례가 없으며,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결국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으나, 이번에는 최근 유럽연합(EU)에서 제조물 책임법 지침 조항을 신설한 점을 들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5일 연합뉴스와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에 따르면 이씨가 올린 국민동의 청원은 30일 이내 100명의 찬성과 국회의 청원요건 심사를 통해 14일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게시됐다.

이씨는 "올해 3월 EU에서 '소비자인 원고가 기술적 또는 과학적 복잡성으로 인해 제품의 결함과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 결함과 인과관계를 추정해서 입증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넘기는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를 반영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7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이씨는 소비자가 차량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 현실을 두고 '국가 폭력'이라고 했다.

그는 "소송을 준비하며 예외 없이 운전자 과실로 결론 내는 국과수를 상대로 급발진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사고 원인 규명을 비전문가인 사고자나 경제적 약자인 유가족이 큰 비용이 드는 기술적 감정을 실시해 증명해야 한다는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에 울분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조사도 증명하지 못하는 결함 원인을 소비자에게 증명하라고 하는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국가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사고당한 것도 억울하고 개탄스러운데 사고의 원인 규명을 도대체 왜 사고 당사자인 국민들이 해야만 하느냐"며 "비극적인 현실 속에 도현이와 같은 또 다른 소중한 생명이 급발진 사고로 희생되어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도현이의 억울함을 풀고, 유사 사고로 아픔을 겪는 국민을 대표해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증명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로 전환하고,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조사의 급가속 차단장치 장착이 꼭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도현이 가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2013년 도요타가 급발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뒤, 비정상 급가속을 차단하는 가속 제압 장치를 장착하고, 사고기록장치(EDR)에 제2의 기록장치를 장착한 뒤 독보적인 세계 1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례는 '결함 입증책임 전환 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공정거래위원회 주장이 실증적으로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앞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60대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할머니인 A씨가 다쳤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지난해 10월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검찰은 "진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A씨 가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6000만원 규모 손해배상을 제기하면서 현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중이다. 최근 A씨 가족 측이 실시한 재연시험을 두고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KGM)은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반면, 유가족 측은 KGM의 입장 발표에 "재연시험의 본질과 목적을 왜곡했다"며 반박하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공판은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속행할 예정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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