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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사설]‘기레기·장사치’ 막말하는 인권위원,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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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8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원 국가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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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보호관을 겸하고 있는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인권위 공식 회의 석상에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기레기’로, 인권단체를 ‘인권 장사치’로 매도하는 막말을 했다. 이들이 방청하지 못하도록 회의를 비공개로 하자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에 놓아야 할 국가인권위원이 언론과 인권단체 역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몰상식한 발언을 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김 상임위원은 지난 13일 인권위 상임위 회의가 시작되자 회의를 비공개로 하자고 했다. “기레기들이 들어와 방청하고 쓰레기 기사를 쓴다. 이런 상황에서 방청을 허용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겨레, 경향에서 아무리 써봐도 다른 언론에서 받아주지 않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고 했다. 인권단체를 두고도 “인권 장사치들이 방청하고, 회의 내용을 왜곡하고, 무분별하게 인권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작태가 벌어진다”고 했다. 회의를 아예 비공개로 하자는 주장도 어이없지만, ‘기레기’ ‘인권 장사치’ 운운하는 대목에선 반대 의견을 용납·경청하지 않는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인권의 가치는 다름을 인정하고 개방과 토론을 통해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막말이 다른 이도 아닌 인권위원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김 상임위원의 반인권적 기행은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그는 지난 3월11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심의하는 전원위원회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 알고 있는데 자꾸 (얘기를) 꺼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했다. 인권위를 항의 방문한 ‘윤 일병’ 유족을 불법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는 건 언론과 인권단체 본연의 역할이다. 그런데 스스로의 언행을 성찰하기는커녕 회의장 문을 닫아걸자면서 막말을 퍼부었다니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인권위는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권한·독립성이 약해지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그래도 지금 일부 상임위원들의 언행처럼 막장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인권감수성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김 위원의 독선과 좌충우돌, 그로 인해 인권위가 희화화·무력화되는 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당이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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