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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초여름 파리 명물, 납작 복숭아[정기범의 본 아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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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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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집 앞 장터에 갔더니 한국인들 사이에서 프랑스 여행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과일로 손꼽히는 납작 복숭아 판매가 한창이었다. 우리 가족도 좋아하는 초여름의 과일이기에 한 아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집 안에 복숭아향이 그윽하고 모두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맛있는 과일 하나로 온 집안이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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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복숭아나무는 약 2000년 전 중국 서부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고 전해지는데 당대의 황제들은 복숭아를 베어 물 때 그 즙이 수염에 묻어나지 않는다 해서 귀히 여겼다. 이후 일본에 소개되었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즐겼다고 전해지며 그리스를 거쳐 유럽에 유입되었다고 한다.

복숭아의 돌연변이종인 납작 복숭아는 파라과이에서 처음 생산되었고 스페인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리옹 주변의 유명 와인 산지인 론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납작 복숭아는 19세기 프랑스에 소개됐고 1970년대부터 유행처럼 인기를 얻었다. 그 편평한 모양 때문에 ‘도넛 복숭아’, ‘토성 복숭아’로도 불린다. 빛깔은 붉은 오렌지색 혹은 노란색을 띤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즙이 흐르지 않는 대신 입안 가득 섬세한 과즙의 단맛과 독창적인 향이 퍼져 그 진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납작 복숭아는 맛이 훌륭할 뿐 아니라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어 수분이 풍부하고 섬유질과 마그네슘, 비타민 C가 일일 권장량의 50%만큼 함유되어 있다. 이 덕분에 불안을 줄이는 등 건강에 좋은 효능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러나 파리의 납작 복숭아가 전부 맛있는 것은 아니다. 대형 마트에서 파는 납작 복숭아는 오래 보관하기 위해 덜 익은 상태로 낮은 온도에서 냉장 보관하는데, 겉은 딱딱하고 속은 버석하다. 마트 대신 자신의 숙소 근처 노천 시장을 검색해서 가 보면 틀림없이 괜찮은 복숭아를 만날 수 있다. 팁을 하나 보태자면, 산지에서 생산자가 직접 들고 온 것을 주로 파는 장터에 가서 프랑스인들이 긴 줄을 서는 가게 앞에 함께 줄을 서라는 것이다. 더 맛있는 채소와 과일을 살 수 있다.

납작 복숭아는 말랑말랑하고 향이 많이 나는 것이 맛있는데 프랑스의 시장에서는 손님이 과일을 만지며 고르는 것이 금기시되므로 상인에게 “바로 먹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그의 선별을 기다리면 된다. 장에서 사 온 납작 복숭아는 물에 씻은 후 바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요리로 즐기고픈 사람이라면 얇게 저며 타르트로 만들어 먹거나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훌륭하다.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농가가 납작 복숭아를 재배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화되어 있지 않고 무척 비싸 보인다. 6, 7월에 프랑스에 여행 올 기회가 생긴다면 몇천 원에 4, 5개를 살 수 있는 납작 복숭아를 마음껏 즐겨보길 권한다. 달콤한 맛과 향이 입안에 전해지는 순간 여행의 피로가 사라지면서 어느덧 입가에 빙그레 웃음을 띤 자신을 발견할 테니 말이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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