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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사설]서울대병원 오늘부터 휴진… 환자 신뢰 잃고 뭘 얻으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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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을 포함해 서울대 산하 4개 병원 교수들이 오늘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대 증원안 재논의를 포함한 3개 요구안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거절함에 따라 예정대로 내일 전면 휴진에 돌입할 전망이다. 세브란스병원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했고 나머지 빅5 병원도 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동참한 후 추가 휴진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어서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의 철회 조건으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명령 취소를 제시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아예 없던 일로 해달라는 요구이나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한해 명령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는 이에 더해 2가지 요구를 하고 있는데 이 중 올해 의대 증원 재논의는 입시 일정상 쉽지 않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수정과 보완은 의정이 협의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정부와 사태 해결을 위한 충분한 대화 노력도 없이 극단적 수단부터 꺼내 드니 여론이 싸늘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중증·희소 질환자와 응급 환자들 진료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중증 환자들에게도 진료를 연기한다는 안내 문자가 발송됐다고 한다. 무기한 휴진이 시작되면 수술실 가동률이 34%로 떨어져 제때 수술받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전공의들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의 경영난이 가중돼 간호사와 병원 노동자들이 임금체불과 구조조정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의사들이 설사 요구사항을 관철시킨들 환자와 동료 직원들의 신뢰를 잃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한 의료계의 우려와 비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힘 있는 전문가 집단의 의사 표시는 신중해야 한다. ‘환자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것은 의사 직업윤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다. 정부도 의대 증원 정책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혼란을 키운 책임이 크다. 의료 대란을 수습하고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막는 데 의료계가 적극 참여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정 간 신뢰할 만한 협의체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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