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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통신 3사만 덕보는 ‘전환지원금’ 명분도 실리도 잃어… “알뜰폰 살려야 제대로 된 경쟁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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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전환지원금 제도를 시행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간 경쟁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현재 통신 3사가 지원하는 30만원 수준의 전환지원금이 시장 내 마케팅 경쟁을 유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환지원금은 통신 3사의 가입자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알뜰폰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나왔던 전환지원금 제도를 폐지하고 알뜰폰 회사를 지원하는 것이 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전환지원금 시행 후 통신 3사 번호이동 순감↓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전환지원금은 3만~13만원 수준으로 시작됐다. 이후 방통위의 요청에 통신 3사는 같은 달 22일 최대 33만원 수준으로 전환지원금을 인상한 뒤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 3사에 전환지원금 추가 상향을 요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전환지원금 제도가 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기보다 통신 3사의 지배력만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실제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옮겨간 가입자 수는 올 1월 4만2272명에서 지난달 5만9276명으로 40% 이상 늘었다. 반면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번호이동 순증 건수는 올 1월 7만8060건에서 지난달 1만4451건으로 81% 이상 감소했다.

통신 3사간 경쟁 수준을 보여주는 번호이동 순감(한 통신사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회선 수) 수치는 줄었다. 올 1월 번호이동 순감은 SK텔레콤 3만2331건, KT 2만7529건, LG유플러스 1만8200건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수치를 살펴보면 SK텔레콤 6665건, KT 1만476건, LG유플러스 2690건에 그쳤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해지할 때 발생하는 위약금에 한참 못미치는 30만원으로 번호이동을 할 유인이 적다”라며 “큰 폭의 할인을 받고 싶은 소비자들은 차라리 휴대폰 성지(파격적 혜택을 내건 판매점을 뜻하는 은어)에서 불법 보조금을 받을 확률이 더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가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22대 국회로 넘어가 법안 자체가 폐기될 확률이 높다”며 “시행령으로 마련된 전환지원금을 유지할 명분도 사라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SK텔레콤이 지난 3월 23일 공지한 전환지원금./SK텔레콤 제공



◇ “알뜰폰 시장 키워야 마케팅 활성화”

전문가들은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에서 통신 3사가 무리하게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전환지원금에 베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가 통신 3사에 유입되고 있는 터라 굳이 전환지원금을 늘리면서까지 경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통신 요금 가입 시 지원금 종류가 늘게 되면 오히려 소비자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원금이 세분화될수록 정보력이 있는 일부 소비자에만 혜택이 몰릴 확률이 높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어떤 지원금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채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환지원금에 통신 3사가 재원을 쓰도록 유도하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요금제 상품 출시를 장려하는 것이 낫다”라고 설명했다.

통신 3사의 대안으로 시장이 키워왔던 알뜰폰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준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신 3사 가입자들이 알뜰폰으로 많이 옮겨가면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마케팅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유력 알뜰폰 업체가 소규모 회사를 인수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사업자 규모를 키우면 통신 3사에 맞서 제대로 된 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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