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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최태원, 1.3조 분할 판결에 “치명적 오류”… 법원, 판결문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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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가치 1000원→100원 잘못 계산

법원, 재산분할 지급액 결론은 안바꿔

최태원측 “단순 수정으로 끝날일 아냐”

동아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면서도 “(판결문에서)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고 상고 이유를 밝혔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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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17일 판결문을 경정(更正·수정)했다. 최 회장 측은 바뀐 부분이 1조3808억 원 재산 분할 전제에 해당하는 ‘치명적 결함’이라고 주장하며 상고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날 판결문 수정으로 인해 재산 분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최 회장은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항소심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한 뒤 고개를 2초간 깊이 숙였다. 최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심 배경에 대해 최 회장은 “재산 분할에 관련돼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SK㈜)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또 얼마나 분할돼야 하는지의 전제에 대해서도 치명적인 오류”라고 밝혔다.

SK 측이 지적한 오류는 항소심 재판부가 1998년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별세할 무렵의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계산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최 회장 기여도가 높게 측정돼 SK㈜ 주식이 ‘승계상속형 자산’이 아닌 ‘자수성가형 자산’으로 분류됐다는 주장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최 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판결문을 수정하는 판결 경정 결정을 내리고 양측에 수정한 판결문을 송달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항소심 결론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한텔레콤 주식가치를 판결문에 잘못 적었을 뿐 항소심 판결에 오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재판부 경정 결정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했다는 것”이라며 “계산 오류가 재산 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은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SK)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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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판결문 단순 ‘오기’ 판단
대법, 수정 결정 새 쟁점 부상할 듯… 파기환송땐 분할액 줄어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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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분할금이 1조3808억 원에 달해 ‘세기의 재산 분할’로 불린 판결이 경정(更正·수정)되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정은 판결문에 단순 오기, 계산 착오 등 오류가 있을 때 재판부가 직권으로 고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선 수정한 부분이 1조4000억 원에 육박하는 재산 분할금 결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수정에도 불구하고 재산 분할 비율과 분할액 등 결론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은 재산 형성에 대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기여가 현저히 줄어든 만큼 결론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상고심 과정에서 재판부의 수정 결정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기존 쟁점과 함께 수정 결정의 적법성 여부도 함께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 최 회장 측 “SK㈜ 주식은 승계상속형 자산”

17일 최 회장 측은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의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가 상승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도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최 회장의 기여도보다 최종현 선대 회장의 기여도가 더 높으므로 SK㈜ 주식은 재산 분할 대상인 부부공동재산이 아닌 최 선대 회장으로부터의 상속 재산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를 ①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8원 ②1998년 5월 최 선대 회장 별세 직전에는 100원 ③2009년 11월 SK C&C(현 SK㈜) 상장 시점엔 3만5650원으로 산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최 회장이 최 선대 회장 사망 후 2009년까지 기업 가치를 355배 올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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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 회장의 기여도엔 틀린 계산이 근거가 됐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1998년 5월 주당 가치를 계산할 때 2007, 2009년 두 차례의 액면분할을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식에 따르면 1998년 주당 가치는 1000원이 돼야 하는데 100원으로 잘못 계산이 된 것이다. 오류를 바로잡을 경우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상승에서 최 선대 회장의 기여도는 125배, 최 회장의 기여도는 약 35배로 뒤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SK 측은 “최 선대 회장의 기여분이 10배 늘고, 최 회장의 기여분은 10분의 1로 줄기 때문에 판결문에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SK의 기자회견 이후 재판부는 1998년 5월 주식 가액을 1000원으로,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6배로 판결문을 수정했다. 최 회장 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 재판부 “결론은 그대로”… SK “결론 바뀌어야”

재판부는 판결 경정 결정을 통해 내용을 바로잡으면서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 원을 주도록 한 재산 분할 규모는 바꾸지 않았다. 단순 오기일 뿐 분할 대상 재산 규모와 분할 비율을 산정하는 데는 오류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판결 경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 오류 등에 대해서 할 수 있는데, 이번 판결은 오류에 기반해 재산 분할 대상 및 분할 비율을 판단했기 때문에 경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경정 결정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판부는 수정 전 판결문에서 “이 같은(355배) 주식 가치의 상승 폭 역시 대한민국 경제의 전반적인 발전 수준을 넉넉히 상회한다”며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도가 크다는 취지로 인정한 바 있다. 한 가정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제 사실에 대한 명백한 오류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이 이뤄졌다면 상고심에서 이를 그냥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2심 재판부의 경정 부분이 결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파기환송) 재산 분할 규모는 2심보다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고법 판사는 “대법원이 2심 재판부의 계산 오류가 결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에 따라 파기환송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파기환송심에서 재산 분할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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